“연 2000억 ‘착오송금’, 절반은 못 돌려받아” 규제 정비 본격화
예보 채권 선매입 후소송…개인과실 구제 타당성-재원 등 쟁점
“예금‘보험’공사 아닌 ‘보호’공사로” 위성백 사장, 착오송금 의지
“연 2000억 ‘착오송금’, 절반은 못 돌려받아” 개정안 발의
예보 채권 선매입 후소송…개인과실 구제 타당성-재원 등 쟁점
"예금'보험'공사 아닌 '보호'공사로" 위성백 사장, 착오송금 의지
최근 목소리나 문자메시지 한 통, 지문인증 등 고객 편의성을 앞세운 각종 간편송금 시스템이 금융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단 몇 초 만에 계좌와 계좌 사이 돈이 오가는 편리함 속에서 아차 하는 순간 남의 계좌로 잘못 입금해 사실상 구제 받을 길이 없어지는 난감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착오송금 구제에 대한 논의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연 2000억 ‘착오송금’, 절반은 못 돌려받아” 규제 정비 본격화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은행권에서는 9만2000건(2385억 원)의 착오송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마다 평균 7만여 건, 약 2000억원의 돈이 계좌번호를 잘못 입금하는 등 송금 과정에서의 실수로 엉뚱한 사람 혹은 법인에게 보내지거나 금액이 잘못 이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착오송금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돈을 돌려받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수취인이 잘못 이체된 돈을 자발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경우 현행법상 소송을 통해서만 반환받을 수 있는데 소액의 경우 소송절차와 소송금액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착오송금 미반환율 역시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방안이 바로 ‘착오송금 구제사업’이다. 예금자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착오송금 채권을 80% 가량에 사들여 송금인의 피해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 소송을 통해 돈을 회수한다는 개념이다. 회수된 자금은 다시 착오송금 채권을 매입하는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연간 착오송금의 약 80% 이상이 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회에서는 예보의 업무 범위에 ‘착오송금 피해구제’에 대한 업무를 추가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위해 착오송금 구제계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개인이 직접 해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법적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서 “디지털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자 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살필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예보 채권 선매입 후소송…개인과실 구제 타당성-재원 등 쟁점
그러나 이같은 착오송금 구제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첨예하다. 당장 개인의 실수까지 당국이 개입해 구제에 나서는 것이 합당하느냐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착오송금 및 이용자보호 학술대회’에 참석한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국가세금이 투입된 공적기관이 개인 과실 사건을 해결하는 게 맞느냐”면서 “지금도 개인이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또 다른 제도가 필요한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닌 국내 금융서비스 발전으로 파생된 현상인 만큼 사회적 비용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공동체 차원의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허환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금도 개인이 소액사건 심판청구소송을 할 수 있지만 상대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예보가 수취인 정보를 일괄 수집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세훈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착오송금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입금받은 수취인이 자발적으로 반환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실적으로는 수취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마음보다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의 ‘연락처 관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또 착오송금 구제업무에 따른 비용 부담 부분과 관련해 “예보가 구제하려는 착오송금은 일정 금액(5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이하로만 제한을 해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면서 “(착오송금 업무에 들어갈 재원 역시) 송금인 부담으로 마련할 예정이며 정부 재정 투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아닌 ‘보호’공사로” 위성백 사장, 착오송금 의지 드러내
한편 해당 토론회에는 일선 기관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위성백 예보 사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예보가 과연 이같은 금융소비자들의 착오송금 구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위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답변하며 ‘착오송금 업무’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위 사장은 “저희 예보가 착오송금 구제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당한 기관이냐에 대한 부분은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저희 기관 법이 예금자보호법이고 업무 역시 단순히 예금보험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희 명칭(예금보험공사) 역시 예금‘보호’공사로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 사장은 이어 “저희 예보 입장에서는 예금자를 보호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기능이 어떻게 가장 적정할지는 우선 예금을 대상으로 보호 업무를 하고 있고 회수하는 업무 역시 유사성격을 가진 다른 어느 기관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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