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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기믹 권아솔…불필요했던 ‘끝판왕’ 덧칠


입력 2019.05.22 00:10 수정 2019.05.21 22:04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지난 18일 만수르와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서 참패

악동 콘셉트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끝판왕' 덧칠

권아솔은 만수르를 상대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 로드FC 권아솔은 만수르를 상대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 로드FC

로드FC 간판 파이터 권아솔이 ‘끝판왕’임을 증명하지 못했으나 여전히 격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권아솔은 지난 18일 제주 한라체육관서 열린 ‘굽네몰 로드FC 053 제주’ 100만 달러 토너먼트 결승서 만수르 바르나위(27)에 1라운드 3분 44초 만에 리어네이키드초크 패배를 당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완패였다. 권아솔은 시작과 동시에 정면승부 전략을 통했고, 이는 신체조건이 훨씬 유리함은 물론 기량이 몇 수 위인 만수르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주최사인 로드FC는 역대급 흥행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회 성공에는 역시나 권아솔의 쉬지 않았던 입담이 큰 몫을 차지했다.

권아솔은 MMA 입문 당시부터 ‘트래쉬 토크’를 쏟아냈고, 지난 2016년 4월 최홍만을 향한 도발을 기점으로 언론과 격투팬들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상식을 훨씬 벗어나는 자신감과 무모할 정도의 거친 입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세계 최고의 격투 무대인 UFC은 권아솔의 주요 타겟이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코너 맥그리거는 물론 동체급 역대 최강자로 불리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는 면전에 대고 도발을 감행하는 ‘용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권아솔의 이와 같은 적극적 도발과 거친 입담은 자신의 캐릭터를 형성하기 위한 콘셉트에 가깝다. 복싱이나 격투 스포츠, 프로레슬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출인데, 이른바 ‘기믹’이다.

‘기믹’의 효과는 상당하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경기에 스토리를 가미, 경기 전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감동적인 스토리까지 추가한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권아솔의 ‘악동 기믹’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실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권아솔은 국내 파이터들 중 동체급 최상위 기량을 지닌 선수임에 분명하다. 과거 그의 경기는 화끈했고, 패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악동' 콘셉트까지는 좋았으나 '끝판왕' 이미지는 불필요했던 권아솔. ⓒ 로드FC '악동' 콘셉트까지는 좋았으나 '끝판왕' 이미지는 불필요했던 권아솔. ⓒ 로드FC

로드 FC는 최근 글로벌 격투 단체를 표방하며 범위를 크게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자연스레 예전에 비해 실력 좋은 파이터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권아솔의 기량은 분명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정문홍 전 대표는 최근 SNS를 통해 권아솔의 트래쉬 토크는 자신의 기획에 의한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끝판왕’ 이미지를 위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고도 함께 밝혔다.

실제로 로드 FC의 100만불 토너먼트는 2년 넘게 진행됐고, 권아솔은 ‘끝판왕’ 콘셉트를 위해 2016년 12월 2차 방어전을 끝으로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못해 경기 감각이 무뎌지고 부담감까지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악동 기믹’을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여기에 살을 붙여 ‘끝판왕’ 이미지까지 더한 것은 불필요한 덧칠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코너 맥그리거처럼 방어전 대신 계약 체중에 의한 이벤트 매치업을 하거나, 도전자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게 ‘끝판왕’ 기획에 좀 더 유리했을 것이란 뒤늦은 분석도 나온다. 향후 로드 FC가 ‘끝판왕’ 기믹을 잃은 권아솔의 콘셉트를 어떻게 재설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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