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탈피·높은 환경 수준 맞추자 신규 거래 '속속'
'신뢰' 바탕으로 화주 서비스 만족도↑…"디지털로 운임 정상화도 기대"
경영 위기 탈피·높은 환경 수준 맞추자 신규 거래 '속속'
'신뢰' 바탕으로 화주 서비스 만족도↑…"디지털로 운임 정상화도 기대"
"유럽은 환경 관리에 까다롭습니다."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Heineken)은 네덜란드에서 손꼽히는 대형 화주다. 식음료를 취급하기 때문에 사업파트너의 환경 수준도 까다롭게 요구한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만 계약 문턱을 넘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작년 하이네켄과 첫 거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물량을 2배 늘렸다.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법인에서 만난 이상철 법인장은 "현대상선은 환경 관리가 선두권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화주들의 요구 수준을 만족시키면서 지난해 관련 단체들에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선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상선이 경영 위기에서 벗어났고, 자체 컨테이너의 우수한 상태와 서비스 등이 지속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화주들이 하나 둘 믿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그러면서 "화주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넘기 힘든데 일단 통과하면 일종의 '증명서'처럼 다른 화주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하이네켄 뿐 아니라 네덜란드 유제품업체인 '프리스란드 캄피나', 사우디아라비아 화학제품업체 '사빅' 등을 신규 화주로 확보하면서 점진적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유럽 독자 노선인 AEX 런칭 이후 네덜란드법인은 물량 업사이징(확대)에 전력투구 해왔다. 그 결과, 운임이 높은 리퍼(냉동)컨테이너의 경우 매주 300TEU를 아시아로 보낸다. 전체 물량(2200TEU) 중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내년 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 운항을 앞두고 물량을 채우기 위해 독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각 유럽을 대상으로 사전영업도 뛰고 있다. 이 법인장은 "같은 화물을 싣더라도 좋은 물량을 실을 수 있도록 화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신뢰' '신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교역 규모도 적지 않고 부가가치산업도 많다. 유럽 허브로서의 역할을 빼앗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등 각지에서의 유입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화주들의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화주 확보, 영업력 확대와 함께 운임체계를 정상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기 위해선 '디지터라이제이션(디지털화)'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항공사처럼 일부 선사들은 디지털로 견적을 내고 예약을 확인하고 운임까지 정산한다. 이것이 정착되면 '원가+마진'이라는 틀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떤 선사는 운임을 더 받는 대신 장비나 필요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기도 한다"면서 "이런 체계가 형성되면 지금과 같은 덤핑이나 저가운임에서 탈피해 선사와 화주간 공정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운업계의 디지털화는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중장기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은 디지털 컨테이너 해운협회(Digital Container Shipping Association·DCSA)'를 발족했다. 디지털 흐름에 발맞춰 데이터 형식을 표준화하겠다는 것으로, 무역 거래 업무 효율성이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대상선도 DCSA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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