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경기 침체 먹구름' 대기업 부실 대출에 은행들 '촉각'


입력 2019.08.26 06:00 수정 2019.08.26 15:07        부광우 기자

4대銀 대기업 여신 중 연체 금액 1309억…1년 새 62.9%↓

잇따른 대외 악재에 기업들 '먹구름'…대출 관리 강화 가속

4대銀 대기업 여신 중 연체 금액 1309억…1년 새 62.9%↓
잇따른 대외 악재에 기업들 '먹구름'…대출 관리 강화 가속


국내 3대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중 연체 금액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서의 연체 규모를 1년 새 절반 이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대외 악재로 우리 기업들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자 은행들이 이들을 둘러싼 부실 대출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대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연체된 액수는 총 1309억원으로 전년 동기(3528억원) 대비 62.9%(2219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대기업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를 줄이는데 대부분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중 연체액은 같은 기간 1001억원에서 32억원으로 96.8%(969억원) 급감했다. 상환이 미뤄지던 대기업 여신을 사실상 거의 모두 정리한 셈이다. 이어 우리은행 역시 610억원에서 210억원으로, 하나은행도 150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각각 65.6%(400억원)와 78.7%(1180억원)씩 대기업 연체 대출을 대폭 줄였다.

반면 신한은행은 대기업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금액이 417억원에서 747억원으로 79.1%(330억원) 급증했다. 조사 대상 은행 전체의 대기업 대출 중 57.1%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수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라며 "비교적 큰 대기업 고객이 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관련 대출에 대한 연체 금액이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부실 대출 감축에 힘입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전체 평균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34%에서 0.12%로 0.22%포인트나 낮아졌다. 국민은행은 0.39%에서 0.01%로, 하나은행은 0.47%에서 0.09%로 각각 0.38%포인트씩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해당 수치도 0.35%에서 0.13%로 0.22%포인트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만 0.23%로 1년 전(0.14%)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번 달 국내 제조기업들의 업황 BSI 예상치는 지난 달(73)보다 2포인트 떨어진 71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업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장기 평균(79)과 비교하면 최근 제조업의 BSI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비제조업 기업들의 처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제조기업들의 이번 달 업황 BSI도 제조기업들과 같은 71을 기록하며 전달(72) 대비 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비제조기업들의 BSI 역시 장기 평균(75)을 밑도는 수치다.

이는 은행들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기업들에게 내준 여신 건전성을 개선하기 더욱 힘겨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황의 늪이 생각보다 깊어질 경우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에 의존하는 대기업이 많은 우리 경제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각국의 교역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 둔화의 악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은행들로서는 기업 대출의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