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손흥민은 보물, 아버지가 부럽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등극한 박항서 감독이 고향과도 다름없는 경남 통영에서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박항서 감독은 최근 막 내린 동남아시안게임(SEA 게임) 남자 축구서 60년 만에 베트남의 우승을 이끌며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대회를 마친 베트남 선수단은 박항서 감독의 지휘 아래 경남 통영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전지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19 AFC U-23 챔피언십 우승에 도전한다.
17일 통영실내체육관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선수들의 체력 회복과 부상 치료를 위해 통영을 찾았다"라며 "항상 베트남 선수들을 환영해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통영은 경남FC 초대 감독을 지낸 뒤 전남 드래곤즈와 상주 상무 등을 지휘하면서 전지훈련지로 자주 찾은 곳이다. 무엇보다 경상남도 산청이 내 고향이다. 한국에 와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난 뒤를 돌아본 박항서 감독은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 1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계약 기간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018년이 끝날 즈음에는 '2019년은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일들은 추억일 뿐이다. 다시 도전해야 한다. 이것이 축구 감독의 인생이다”라고 회상했다.
특히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축구 철학이 있었으면 3부리그 팀을 맡다가 베트남에 갔겠는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베트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목표를 이뤘다는 것은 좋은 선수를 만났기에 가능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는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베트남 축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기술적으로 한국보다 떨어진다”라고 말한 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대한 '헝그리 정신'이 강하다.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싸우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모습들이 한국의 기성세대들이 볼 때는 몇십년 전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추억을 주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은 생각에 대한 질문에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한국에는 나보다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많다. 나에게 요청도 오지 않겠지만 오더라도 생각은 물론 욕심조차 없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재계약을 한 만큼 나의 축구 인생을 베트남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항서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그러자 “베트남에서도 손흥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부에서 도안반하우(네덜란드 헤이런베인)와 비교하기도 하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손흥민은 자랑스럽고 대단한 선수다. 그의 아버지를 잘 알지 못하나 같이 축구했던 세대라 훌륭한 자식을 둔 것이 부럽기도 하다. 손흥민은 한국의 보물이다. 국민 모두가 잘 관리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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