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배우 출연 뮤지컬 호황? 소규모 공연·공연 울상
불황 장기화 우려의 목소리 "매뉴얼 마련 계기 돼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높이면서 공연계도 비상에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만났으며, 지금부터 며칠이 중요한 고비"라며 "감염병 전문가 권고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중고등학교 개학이 일주일 연기됐고 학원가도 휴원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와 각종 콘서트 일정도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던 공연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예술의전당은 긴급공지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 심각 단계 조치 사항으로 '예술의전당은 일주일간 기획 공연·전시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서울예술단 등 3월 중순 이후에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단체들도 바싹 긴장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계를 위해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박양우 장관은 지난 20일 대학로 소극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공연업계 긴급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공연의 취소·연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이 긴급생활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총 30억 원 규모, '20년 3월~)하고, 관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민간 소규모 공연장 430개소에 소독·방역용품, 휴대형 열화상 카메라 등을 지원(약 2억 2천만 원 규모, '20년 2월~)한다. 피해 기업이 경영 애로나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예술경영지원센터 안에 '코로나19 전담창구'도 운영한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피해를 받은 공연단체에 대한 피해 보전 방안(총 21억 원 규모, '20년 4월~)도 현장과 소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방안(2. 13.)에 포함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2,500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피해 우려 업종 금융 지원 프로그램, 국세·지방세 신고·납부기한 연장 등 각종 정책을 예술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안내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연계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공연계가 받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
이미 공연계는 코로나19 확산경보가 '경계'로 격상된 지난달 27일 이후 예매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 4주 44만 건, 1월 5주 43만 건, 2월 1주 32만 건, 2월 2주 31만 건 등 지속적으로 관객수가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 전문극장이나 단체관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장에서는 당분간 공연을 할 수 없어 공연 기회를 잃어버린 공연예술인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올 것이 왔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공연계는 되는 작품만 되고 안 되는 작품은 '재난'이라 할 만큼,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왔다. 조승우, 김준수, 옥주현 등이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이 매진행렬을 이어가며 코로나19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대학로 중소극장 뮤지컬, 연극 등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더 멀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잘 나가던 공연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연예술계가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연 관계자는 "이미 메르스와 사스 등 여러 차례 재해들을 겪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가 재난에 대비한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세계 무대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드높였지만, 기초예술 분야가 무너진다면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