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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대화재개 요청 '유인책' 비유하며…"우리는 우리의 길 가겠다"


입력 2020.03.31 05:30 수정 2020.03.31 06:0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자력갱생 노선 거듭 강조해

향후 군사도발 빈번해질 수 있다는 관측

'대미협상국장' 직책 공개해 여지 남겼다는 평가도

철조망 너머로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30일 북한이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담화문을 통해 자력갱생 노선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이 북한에 코로나19 관련 방역협력을 제안하고, 비핵화 대화 복귀를 요청하면서도 제재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자 북한 역시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임 대미협상국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망발을 통해 다시금 명백히 확인한 점이 있다"며 "조미 수뇌들 사이(북미 정상간)의 친분관계가 아무리 훌륭하고 굳건하다고 해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그처럼 제창하는 대화재개도 결국은 우리가 가는 길을 멈춰 세워보려는 유인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협력을 제안한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제재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현지시각)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한 후 미 국무부 청사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신임 대미협상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대조선 제재 압박을 고취하였다"며 "자기 대통령이 좋은 협력관계를 맺자고 하는 나라를 향해 악담을 퍼부으며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폼페이오의 이번 망발을 들으며 다시금 대화 의욕을 더 확신성 있게 접었다"면서 "미국이 오랜 기간 우리 인민에게 들씌운 고통을 그대로 공포와 불안으로 되돌려 갚아주기 위한 우리의 책임적인 계획사업들에 더 큰 열의를 가지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이 신무기 개발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달 들어 네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군사도발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담화와 관련해 "북한이 더 이상 트럼프의 재선 영향 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미국을 최대한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행동을 지속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임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은 의미심장해 보인다"며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특정목적을 가진 직책을 공개한 점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미국과의 협상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상간 친분·국가 차원 협상 별개로 다루는
'투 트랙' 기조 재확인…"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


북한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북미 정상간 친분관계와 국가 차원의 협상을 별개로 판단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신임 대미협상국장은 "우리가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띄우는데 유혹되어 작심하고 가던 길을 멈출 것 같느냐"며 "수시로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우리 손발을 얽매어 그 무엇을 막아보려는 미국식 각본에 우리도, 국제사회도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그 어떤 위협이나 요술도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다시 돌기 시작한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힘과 책략이 미국에 더는 없는 듯 싶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미국은 때 없이 주절거리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건드리면 다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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