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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흔들기?’ 아랑곳없는 박항서 감독 뚝심


입력 2020.04.08 12:00 수정 2020.04.08 21:1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베트남 일부 매체의 연봉 삭감 주장에 양 국 모두 들썩

특별한 반응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 기부도 잊지 않아

박항서 감독의 ‘연봉 삭감’은 베트남 극소수 언론의 주장일 뿐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항서 감독의 ‘연봉 삭감’은 베트남 극소수 언론의 주장일 뿐이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베트남 ‘일부’ 매체의 박항서 감독 흔들기에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때 아닌 논쟁에 휩싸였다.


최근 베트남의 일부 언론들은 자국 기준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이 때, 연봉을 삭감하거나 고액의 기부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보도가 국내로 들어왔고 여러 매체들이 앞 다퉈 보도하며 박항서 감독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급기야 베트남 언론이 이를 다시 실어 나르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일이 커지자 베트남 축구협회가 진화에 나섰다. 베트남 축구협회 측은 “박항서 감독의 연봉은 변함이 없다. 계약서대로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3년 재계약을 맺은 박항서 감독의 연봉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액인 60만 달러(약 6억 9000만 원)에 이른다.


베트남의 물가를 감안했을 때 박항서 감독이 고액 연봉자임에는 틀림없으나 자진해서 연봉 삭감 또는 고액 기부를 강요받을 이유는 그 어떤 곳에도 없다. 그렇다면 왜 연봉 삭감 주장이 나온 걸까.


베트남의 최대 라이벌인 태국의 일본 출신 니시노 아키라 대표팀 감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으로 업무를 소화할 수 없게 되자 연봉의 50%를 삭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자극받은 베트남 일부 언론이 이를 박항서 감독에게 대입하며 불씨가 타올랐다.


지난해 7월 태국 대표팀과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니시노 감독은 자국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을 달성했으나, 성인 대표팀에서는 2020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3위에 머물며 탈락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베트남 국가 영웅으로 올라선 박항서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베트남 국가 영웅으로 올라선 박항서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반면,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인물로 성인팀은 물론 23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며 국가 영웅으로 대접받는 인물이다. 양 국의 라이벌 의식을 감안했을 때 감독만큼은 ‘급’이 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항서 감독은 대인배적 기질에서 발로된 뚝심으로 후배와 제자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삭감 해프닝’이 발생했을 때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는 대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유력지 ‘라오둥’은 최근 박항서 감독의 근황을 전하며 “현재 축구의 시계가 멈춰있으나 박 감독은 매일 아침 사무실에서 코치진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사태에 마냥 손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해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해왔던 그는 이번 코로나19 이후 조금 더 많은 기부액을 내놓으며 “금액이 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뚝심을 보이는 행보에 이번 해프닝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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