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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도루’ 슈퍼소닉 이대형 질주 막아선 그날의 도루


입력 2020.04.14 00:02 수정 2020.04.14 06:45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최다도루 향한 이대형 행진, 2017년 8월 큰 부상 안긴 도루로 멈춰

십자인대파열로 추가 못한 채 505개로 마무리..팬들 마음도 훔쳐가

이대형이 은퇴를 선언했다. ⓒ kt위즈 이대형이 은퇴를 선언했다. ⓒ kt위즈

은퇴 의사를 밝힌 뒤 온라인에서 계속되는 ‘은퇴식’에 대해 이대형(36)이 입을 열었다.


이대형은 13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서면 하고 싶다는 생각과 목표를 두고 해왔다"면서 "하지만 그 자리까지 가지 못했고, 은퇴식을 할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선수 생활 받아온 사랑이 크지만 조용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2019시즌 뒤 KT 위즈에서 방출된 이대형은 새 팀을 찾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은퇴 의사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직전 소속팀 KT에는 알리지 않았다. 알려야 할 의무도 없고, 계약이 불발된 팀에 은퇴식을 열어달라고 말할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은퇴식을 할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고 스스로 말한 것은 ‘슈퍼 소닉’ 이대형을 아꼈던 팬들을 뭉클하게 한다. 충분히 은퇴식을 치를 만한 ‘도루왕’이기 때문이다.


40년에 가까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500도루를 넘긴 선수는 전준호·이종범 코치와 이대형까지 3명뿐이다. 현역 중 500도루는 고사하고 정수근의 474도루(통산 4위)를 따라잡을 선수도 없어 보인다. 통산 5위에 자리한 30대 중반의 김주찬(KIA)도 388개다.


위대한 기록의 소유자가 스스로를 “은퇴식 할 정도의 선수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앞으로 구단 은퇴식은 매우 좁은문이 된다.


2003년 LG트윈스 2차 2라운드 11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이대형(통산 1603경기 타율 0.278, 1414안타 9홈런 361타점 807득점 505도루)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50도루 고지를 밟으며 도루왕에 등극했다. KBO리그 역대 5번째로 13년 연속(2005~2017년) 두 자릿수 도루에 성공했다.


KBO리그 도루 부문 통산 3위 이대형. ⓒ 뉴시스 KBO리그 도루 부문 통산 3위 이대형. ⓒ 뉴시스

기록이 말해주듯, 이대형을 말할 때 도루를 빼놓을 수 없다. 수려한 외모와 함께 그를 돋보이게 했던 것이 도루다. 45도루만 더하면 프로야구 역대 최다도루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대형도 간절히 바라고 바라봤던 고지다.


공교롭게도 그의 질주를 멈춰 세운 것은 도루다. 2017년 8월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의 시즌 23번째 도루(당시도 시즌 도루 부문 1위 질주 중)가 이대형의 대기록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도루에 성공했지만 이대형은 베이스를 왼발로 찍는 과정에서 무릎이 꺾였고, 고통을 호소하다 곧바로 교체됐다.


검진 결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재활에 힘을 쏟은 뒤 복귀했지만 18경기 출전에 그쳤고, 단 1개의 도루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의 도루 행진을 막아선 것은 결과적으로 도루가 됐다. 그때 도루로 인한 부상만 아니었다면 역대 최다 도루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높았다. 이제 더 이상 베이스를 훔칠 수 없게 된 이대형이다. 그러나 505차례나 베이스를 훔쳤던 그의 발은 팬들의 마음을 이미 훔쳐갔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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