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당선자총회·상임전국위·전국위 연속 개최
2주 가까이 끌어왔던 '김종인 비대위' 문제 결착
미래통합당이 28일 오전 4·15 총선 이후 첫 당선자총회를 연 뒤, 같은 날 오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소집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옹립을 시도한다. 총선 이후 2주 가까이 끌어온 '김종인 비대위' 세력과 '반(反)김종인 비대위' 세력 간의 결착이 나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 전환 문제가 긴장 국면까지 조성될 정도로 심각해진 것에는 △통합당의 2022년 대권 구도 △당내 중진의원들의 역할 공간 △비대위의 임기와 권한 △절차를 경시한 현 최고위의 무리수 등이 얽혀 있다.
김종인 "대권주자, 70년대생·40대·경제전문가"
홍준표·유승민, '김종인 비대위' 부정적일 수 밖에
김종인 위원장은 2022년 대권에 도전할 보수정당 후보로 '70년대생·40대·경제전문가'를 거론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 나섰던 50년대생·60대·법조인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이나 경제전문가 유승민 의원은 물론, 아직 대선 본선에 올라가보지 못한 60년대생·50대·법조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마저 '패싱' 당하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홍준표 당선인과 유승민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인 이유를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자강론'을 피력하며 우회적으로 부정적 뉘앙스를 내비친 정도지만, 홍준표 당선인의 반응은 격렬하다. 이른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까지 거론하며 연일 김 위원장을 향해 강공을 퍼붓고 있다.
통합당내 의원들의 반발은 이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3선 조해진 당선인이 '김종인 비대위' 반대 선봉에 서 있는데, 일각에서는 조 당선인이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했다는 이유로 조 당선인의 반대에 유승민계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 관계자는 "지금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찬반은 차기 대권주자의 계보에 따른 찬반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조 당선인 본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유일한 계보는 평생 하나만 한다고 하면 MB계"라며 "나는 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유승민계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중진의원들 반발은 대권주자 계보와는 관계없어
당 수습 의지 충만한데 '역할 공간' 막히자 반발
실제로 대권주자와의 친소 관계를 따라 '김종인 비대위' 찬반을 보게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많다. 바른정당 창당부터 새로운보수당 소멸까지 유승민 의원과 가장 오랫동안 정치를 함께 해온 하태경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가장 긍정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으며, 홍 당선인을 포함한 무소속 4인방의 즉시 복당을 주장한 장제원 의원도 기본적으로는 '김종인 비대위'에 열린 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 최고위의 유일한 총선 생환자 조경태 수석최고위원과 김태흠 의원, 조해진 당선인 등의 '김종인 비대위' 반대 입장은 총선 이후 이들에게 정치적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들도 총선 참패로 나락에 떨어진 당을 앞장서서 수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의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 기간 중에 지역민들에게도 당선되면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을 했던 점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대위의 권한·임기와 절차 등은 '기술적 문제'
비대위 추진 과정서 무리 있었다는 것 부정 못해
이에 비하면 비대위의 권한·임기 문제와 당선자총회에 앞서 비대위를 결정지어버리려 했던 현 최고위의 무리수는 갈등을 발생시킨 근원적 요소라기보다는 갈등을 증폭시킨 '기술적 문제'라는 분석이다.
비대위로 전환하려는 초창기에 김종인 위원장이 마치 무제한의 권한과 임기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돼 당내 반발이 증폭됐다. 여기에 '절차적 문제'까지 얽히면서 '김종인 비대위'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정진석·주호영·장제원 의원조차 우려를 표명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선거에 참패한 직후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 자체는 정치의 '공식'과 같다. 다만 그 비대위는 당선인들에 의해 선출된 새로운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게 '정석 풀이법'이었다.
2016년 총선 패배 직후 새누리당 당선자총회에서 아직 원외 신분이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선출됐고, 정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으로 김희옥 전 법무차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결국 당선자총회를 전국위에 앞서 열기로 결정
'기술적 문제'는 이로써 거의 해결됐다는 분석
이번 경우에는 심재철 대행이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하면서 당선자총회를 열지 않고 이례적으로 개별적 의견 수렴 방식을 택했다. 재선 당선인 15인의 요구사항이었던 당선자총회 개최도 굳이 비대위를 의결할 전국상임위·상임위 이튿날로 정했다.
그러다보니 개별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 몇 퍼센트가 찬성했느냐는 문제 등이 괜한 논란을 촉발했다. 3선 당선인들조차 선수별 회동을 갖고 재선 당선인들의 요구에 동조해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결국 심 대행이 한 발 물러나 당선자총회를 상임전국위·전국위에 앞서 열기로 했다.
이로써 '기술적 문제'는 거의 해결이 됐다. 권한과 임기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과 심재철 대행이 나서서 적극 해명을 했다. 당선자총회 문제는 애초부터 먼저 열기로 했더라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었는데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정도(正道)로 돌아오게 됐다.
통합당 당직자는 "무리수를 쓰지 않았던 것만은 못하겠으나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당선자총회를 열지 않고 전국위를 먼저 열어 비대위를 의결했다면, 설령 출범이 됐더라도 지속적으로 절차 시비에 휘말리며 비대위가 힘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진의원 반발, 비대위서 역할 부여로 다독여야
"총선 막 치러진 마당에 원내 배제는 무리수"
중진의원들이 총선에서 새로 당선돼 높아진 선수(選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구민과의 약속이며,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어차피 총선에서 국민에 의해 새로 대의대표들이 선출된 마당에 비대위를 전면적으로 원외(院外)로 구성한다는 것도 무리수다. 지도부 발언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원내 장악력을 상실하게 돼, 비대위 스스로의 수명만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에 우호적인 한 통합당 의원은 "중진의원들이 정치적 무게감에 걸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탓할 일도 아니고, '자리싸움'이라며 부정적으로 볼 일도 아니다"라며 "'정치의 프로'인 김종인 위원장이 정치적 야심이 있는 중진의원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해 장외에서의 '흔들기'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권 구도를 놓고 시각 차이로 발생한 갈등만큼은 정면돌파밖에 달리 길이 없다. 앞서의 '기술적 문제'나 중진의원들의 역할 공간 문제와는 달리 설득이나 절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권은 한 번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가 없어 더 이상 대권도전의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대권 무대에서 퇴장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사생결단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이한 대권 구상만큼은 설득·절충할 방법 없어
김종인, '70년대생·40대' 구상으로 돌파 택할 듯
이 지점에 있어서는 통합당 안팎의 범보수 대권주자들이 단기·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임전국위·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세력이 미세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이 지점이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은 지난 26일 유튜브 방송에서 "40대가 대한민국을 이끌 능력과 자질이 되는지를 살펴야한다. 우리나라는 40대에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상당히 이른 나라"라며 "40대가 나라를 맡을만큼 정치적 역량이 있는 세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을 향한 반박으로는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대권에 도전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홍준표 당선인 자신이 직접 2022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라면 그것도 그것대로 재반박의 여지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대선후보까지 보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김종인 비대위'의 대안으로 일부 대권주자와 중진의원들이 제시한 '박찬종 비대위' 대안은 당 안팎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안으로 내놓은 '박찬종 비대위'…안팎 실망감
'홍정욱 테마주' 급등…시대적 기대서 우열 뚜렷
김종인 위원장은 1940년생인데, 박찬종 변호사는 1939년생으로 오히려 김 위원장보다 한 살이 더 많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최근까지 정치 무대에서 활약하며 경제민주화·세대교체론 등 새로운 담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반면, 박 변호사는 1992년 대선과 1995년 서울시장 선거 이후 큰 정치적 활약이 없으며, 당시에도 '이미지 정치'로 일관해 김 위원장과의 생물학적 연령 격차 이상으로 '올드'한 느낌이 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27일 홍정욱 전 의원의 이른바 '테마주'들이 급등한 것을 가리켜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도 70년대생·40대·경제전문가인 홍 전 의원 관련 주식에 매수세가 몰린 것은 시대적 기대가 깔려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당내를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던 비대위의 권한과 임기 문제, 당선자총회에서 총의를 모으기에 앞서 비대위 전환을 먼저 결정할 수 있느냐는 '절차적 문제' 등은 해소됐다. 이제 '김종인 비대위'냐, 아니냐의 문제만 남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反)김종인 진영'이 단기적으로는 비대위, 중장기적으로는 대권주자와 정권교체 복안에서 설득력 있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한다면 아노미(anomie) 상태를 피하려는 성향이 있는 보수정당 전국위원들을 사이에 둔 세 대결에서 열세에 설 여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