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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국민 사과문


입력 2020.05.06 16:27 수정 2020.05.06 17:25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와 노사문제와 관련해 사회와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며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의 사과문 전문.


오늘의 삼성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쳤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며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그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았습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하겠습니다. 더 이상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도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 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하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진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됐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보다 많은 분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시장에서의 룰은 급변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야 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며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 왔습니다.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삼성 노사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 중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 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 관계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이 끝나도 삼성 준법감시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떤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 많은 국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에 닥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인지 진실하게 느꼈습니다.


목숨걸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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