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우려로 인한 위기감 속 말 아끼며 결과 주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앞두고 삼성그룹은 긴장감 속에 ‘총수 부재’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임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일찍부터 나와 이번 영장실질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주말동안 변호인단과 영장심사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부회장은 심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되며 구속 여부는 늦은 밤 또는 다음날인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수감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던 이 부회장은 새로운 사건으로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영장심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이 특검의 2차 영장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된 지 3년4개월만이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이 2년여만에 다시 구속의 기로에 선 것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기업 총수로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온 그의 구속 여부에 따라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장기간 무리한 수사를 펼치면서 지난달 말 이 부회장을 두 차례나 소환 조사했을때도 성실히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유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지난 5일 영장이 청구된 직후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난 6년간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다. 특히 2018년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오르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광폭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뿐만 아니라 사업 외적인 문제들의 해결에도 적극 나서왔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 7개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전방위적인 행보를 펼쳤다.
이 때문에 자칫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공백이 미칠 파장이 상상 외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실제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대규모 투자나 M&A 행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영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수출 규제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지난 7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긴박한 위기감의 발로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삼성은 말을 아끼며 법원이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모습니다.
삼성은 전날인 7일 입장문을 통해 “이제 법원의 영장 심사 등 사법절차가 진행될 것이며 검찰에서는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당부에 대한 심의 절차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