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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사법리스크에 갇힌 이재용…수사·재판으로 점철된 6년


입력 2020.06.08 17:20 수정 2020.06.08 19:5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4년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며 경영 행보 차질로 어려움

재계 "재판 전 무리한 구속으로 기업인 손발 묶지 말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의 기로에 섰다. 지난 6년간 삼성의 총수로서 활동해 오면서도 약 4년 가까이를 수사와 재판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 부회장은 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처해 '뉴삼성'경영행보가 차질을 빚을 위기에 놓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 2분경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예정보다 약 30분 가량 먼저 도착한 그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주재로 심사를 받고 있다.


영장심사는 두 번의 휴정을 거치며 7시간째 진행 중이다. 10시30분 시작된 심사는 점심시간을 위해 잠시 휴정한 뒤 오후 2시부터 다시 심사가 진행됐고 오후 4시15분 다시 한 번 휴정한 후 30분에 재개됐다.


이 부회장은 심사를 마친 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게 되며 구속 여부는 다음날인 9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지 2년 4개월 만으로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선 것이다. 영장심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이 특검의 2차 영장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된 지 3년4개월만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6년 중 4년 재판·수사에 시달려...글로벌 경영 행보 차질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은 지난 6년동안 첫 2년여를 제외한 이후 약 4년을 재판과 수사에 시달려 왔다. 2016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기업 그룹 오너로 경영에만 몰두해도 시간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온 재판과 수사로 인해 많은 어려음을 겪었다.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시작된 수사와 재판은 이제 3년7개월째를 이어져 오고 있다. 특검과 검찰의 소환 조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도 출석하는 등 이곳 저곳으로 불려다녔다.


당시 특검이 2017년 1월 중순에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보강수사를 통해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한 끝에 결국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구속 이후 특검은 이 부회장을 주 3회씩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며 그해 2월 28일 기소했다.


이후 1심 재판이 진행돼 이 부회장은 8월 초 선고 공판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단이 모두 항소하며 항소심이 진행됐고 이듬해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이 부회장은 수감 353일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약 1년간의 구속 기간 중 면회를 통해 옥중 경영을 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갖춰져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의사결정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대규모 투자가 인수합병(M&A) 등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부 유리에 찍혀 있는 검찰 마크.ⓒ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공식 총수 자리 오른 뒤에도 재판·수사 리스크 지속


이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도 계속 재판과 수사 리스크에 시달렸다. 특히 경영복귀 이후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 뒤에도 끊임없이 재판과 수사가 이어지면서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총수가 된 이후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펼쳐왔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2018년에 주로 해외 출장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경영활동을 펼쳐 온 그는 지난해부터는 주력 분야의 국내 사업장 방문 등 현재로도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이러한 적극적인 경영행보에도 재판과 수사는 지속됐다. 특검의 상고로 국정농단 연루 관련 재판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고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사건을 파기환송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파기환송심이 시작돼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도 받게 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해 왔고 지난해 9월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도 수사를 확대해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사 선상에 오른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연이어 두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사흘만에 두 차례 연속 17시간 넘는, 총 34시간 동안 마라톤 조사를 받으면서도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


두 차례 소환 조사 이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지난 2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력화하듯 이틀 뒤인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번 영장 실질심사가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부회장이 지난 2년간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치면서 대규모 투자도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만 해도 거의 한달에 한 번 이상 국내외 사업장 현장 경영 행보에 나섰고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 7개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의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행보를 펼쳤다.


또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이어 낸드플래시 신규 투자로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하는 등 초격차 기술·생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냈다.


이에 앞서 집행유예 석방 6개월만인 지난 2018년 8월에는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총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듬해인 지난해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선포한 '반도체 2030' 비전을 통해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등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천명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다시 영어의 몸이 돼 손발이 묶일지, 자유의 몸으로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지 여부로 법원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재판 과정에서 혐의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경영 활동을 펼치는 기업인의 손발을 묶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구속 사유가 충족되지 않는 이 부회장을 무리하게 잡아두는 것은 그야말로 발목잡기로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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