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부메랑’된 규제…전세‧중저가 아파트 가격 지속 상승

서울 전셋값 49주 연속 상승세…“내년 입주물량 더 줄어”

임대차 3법‧전월세 무한 연장법 발의…임대차 시장 교란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데일리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로 재편하기 위해 내놓은 고강도 규제로 인해, 전셋값이 오르고 중저가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서민층이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차 3법’과 함께 ‘전월세 무한연장’ 카드까지 꺼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임대차 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전국 전세가격은 0.08%, 서울은 0.04%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의 경우 4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차 시장에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RIR)은 16.1%로, 전년(15.5%)보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값도 서민 실수요자의 부담이 늘어난 건 마찬가지다.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올해 3월 18억1304만원, 4월 18억794만원, 5월 18억320만원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하위 20%에 해당하는 4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3월 3억9275만원, 4월 3억9389만원, 5월 3억9776만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밖에 6억원 이하, 9억원 이하의 아파트도 동일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고가 아파트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며 “규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시장부터 중저가 아파트까지 서민 주거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여당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한 ‘임대차 3법’을 발의했다.

게다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월세 무한 연장’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2년 단위인 주택 전월세 계약을 세입자가 희망할 경우 집주인 의사와 상관없이 무한정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들은 모두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지만, 결국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해 임대차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결국 임차인 보호 정책이 임차인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같은 경우는 내년 입주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전셋값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차인의 이사 비용이나 계약기간 만기로 인한 심리적 불안 등은 개선되겠지만, 집주인이 유지‧보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등 임대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