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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기본소득론-중] 우파가 찬성하고 좌파는 경계하는 이유


입력 2020.06.14 04:00 수정 2020.06.14 05:3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보편적 복지’ 부각돼 그간 좌파정책으로 치부

세계적으로는 우파가 기본소득 주도하기도

작은정부와 효율성, 경제선순환 효과 주목

민주당 내에서 ‘기본소득’ 공개반대 나오기도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실시한 기본소득제 도입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리얼미터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담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담론전쟁에서 승리하는 정치세력이 다음 세대 대한민국의 헤게모니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소 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의 개념은 전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자는 제도다. 다른 자산이나 소득, 노동 여부 등을 묻지 않고 지급하되 지급액은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는 수준을 요구한다.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녹아있어 국내에서는 주로 좌파진영에서 논의가 진행돼왔다. 일례로 민주당 비례연합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기본소득당이나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을 핵심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여권 지지층에서 기본소득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대체로 높다.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실시한 기본소득 도입 찬반여론조사(찬성 48.6%, 반대 42.8%)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65%, 정의당 63%, 열린민주당 66%가 찬성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71%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좌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파의 이념을 담기에 더 적합한 그릇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복잡한 복지제도를 통폐합하고 조건없는 지급을 통해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효율성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노동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기본소득을 실험했던 핀란드의 시필레 총리는 우파로 분류되며,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마이너스 소득세론'을 기본소득의 한 종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금성 소득의 증가로 소비가 늘고, 기업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복지 보다 '경제정책'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크다.


반면 기본소득을 '복지'로 접근하는 좌파진영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내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는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재정상 실현가능성이 낮고 복지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신동근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이 소속돼 있는 단체 텔레그램방에 공개적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을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통으로 통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통폐합하는 것은 복지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분에서 (신 의원 글이)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며 "현 복지제도를 유지한 채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것은 대폭의 증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고 개인적으로도 반대한다. 가능한 재정범위 내에서 복지수요가 많은 곳에 '선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주목되는 것은 기본소득 논의가 전통적인 진보보수 혹은 좌우이념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파진영에서 '경제정책'으로서 보편적 복지를 수용하는 입장이 나오는 반면, 좌파진영에서 선별적 복지에 방점을 찍는 등 이전의 논의구조와는 다른 형국이다. 이는 담론의 진행과정에서 정치지형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 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이재명 지사는 "좌파정책이든 우파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효율적 정책이면 다 가져다 쓴다"며 "굳이 파를 따진다면 저는 양파거나 무파"라고 했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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