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과 연습경기 가진 노리치시티 확진자 발생
토트넘 “밀접 접촉 아니다” 추가 조치 없이 일정 강행
방역 수칙 철저히 지키며 큰 가치 지키는 K리그와 극명 대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와 연습경기를 치른 토트넘 핫스퍼가 추가 조치 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일정을 강행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지난 13일 토트넘-노리치시티 연습경기에 출전했던 노리치시티 선수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14일 발표했다. 해당 선수는 7일의 자각격리 후 재검사를 받는다. EPL 사무국은 의료법상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리치시티 역시 “토트넘전에 뛴 소속팀 선수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인정했지만 선수의 이름이나 동선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열린 연습경기에는 손흥민(30분)을 비롯해 해리 케인·무사 시소코·에릭 라멜라 등 토트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확진자 접촉에 따른 추가격리 조치 없이 오는 17일 재개하는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전(20일 오전 4시10분 킥오프)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토트넘 구단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영국 방역 당국은 2m 이내 15분 이상을 밀접 접촉으로 규정한다. 해당 노리치 선수와 토트넘 사이에서 밀접 접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었는데 2m 이내 15분 이상 접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리그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큰 우려를 낳는다. 영국 현지팬들도 “이것은 무리수”라며 걱정한다. 한국 축구팬들도 감염 위험에 노출된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을 걱정한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기만 해도 해당 시설은 물론 주변 시설까지 폐쇄하는 한국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그림이다. 물론 맨유는 지난 10일 스토크시티 마이클 오닐 감독의 확진 판정으로 연습경기 자체를 취소했다. 팀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은 EPL의 잣대가 헐겁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에 적합한 리그의 대응 운영 매뉴얼을 세계에 선보인 K리그와는 딴판이다.
K리그에서는 선수 중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격리 조치 후 진단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격리 해제되고, 양성이면 확진 환자와 접촉자는 최소 2주간 자가 격리된다. 접촉자 범위에 해당하는 팀의 경기는 최소 2주 이상 순연되며 역학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연맹이 재개 시점을 결정한다.
현재도 영국은 전일대비 1000여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상황이지만 EPL은 리그 재개를 강행하려 한다.
이유는 있다. 지난달 리처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시즌이 취소될 경우, 손해액은 최소 10억 파운드(약 1조5113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취소하지 않고 무관중경기로 진행된다 해도 경기시간이나 일정이 달라져 방송사들의 매출 손실이 따라 일부 환불은 불가피하다. 국내외 방송사에 3억4000만 파운드(약 5131억원)을 환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EPL 사무국의 분석이다.
한국의 K리그가 마케팅이나 수익 면에서 여유가 있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따르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너무 과잉된 조치 아니냐”라는 볼멘소리도 낸다. 그래도 묵묵히 따른다. 선수단과 팬들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K리그 팬들도 박수를 보내면서도 “몇몇 해외 구단들의 과감한(?) 행보를 보며 지금까지 지켜왔던 기준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말은 안 하지만 한두 명의 문제로 리그 재개라는 큰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EPL의 입장으로 보인다. 한두 명이 수십 명의 감염을 일으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불러왔다는 과학적 사실마저 묻고 재개로 가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