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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족의 숨겨진 비밀, ‘누구나 아는 비밀’


입력 2020.06.18 10:34 수정 2020.06.18 10:34        데스크 (desk@dailian.co.kr)

누구나 아는 비밀ⓒ 누구나 아는 비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가시적인 현상은 영화 관람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구 대비로 보면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봤지만 지금은 다르다. 관객들이 없는 극장에는 재개봉 영화들과 중저예산 영화들로 메워지고 있고, 심지어 전국 35개의 CGV극장이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관객들은 극장을 대신해 집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영화를 볼 수도 있고 과거에 조명 받지 못한 명작들을 찾아서 보기도 한다. 숨겨진 명작을 찾는 것은 마치 원석을 발견하는 재미와 같다.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는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됐던 작품으로, 흥행 성적은 불과 3만 명의 관객만 동원했다. 그러나 제71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영화를 만든 아쉬가르 파라디는 이란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씨민과 나르데의 별거’(2011)과 ‘세일즈맨’(2016)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실력파 감독이다.


영화는 여동생 결혼식에 참석한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가 오랜만에 가족과 이웃들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 집으로 장소를 옮긴 하객들은 모두 함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피로연을 즐기는데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되고 라우라의 딸 이레나가 실종된다.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숨겨진 비밀 그렇지만 마을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누구나 아는 비밀ⓒ 누구나 아는 비밀ⓒ

‘누구나 아는 비밀’은 전개가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에는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 범인이 거액의 몸값을 부르자 사건의 중심은 딸의 납치에서 파코(하비에르 바르뎀)와 라우라에게로 옮겨간다. 납치된 딸을 찾는 범죄 스릴러 장르로 비춰지지만 영화의 실질적인 이야기는 라우라와 파코의 관계, 출생의 비밀을 다룬 가족 드라마다. 젊은 시절 라우라와 파코는 연인 관계였고 그들 사이에서 딸 이레나가 출생했으며 결국 생부 파코는 전 재산을 팔아 범인에게 몸값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감정과 심리묘사도 탁월하다. 은퇴한 경찰 페르난도가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라우라의 주변 인물들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영화는 그들의 ‘비밀은 무엇인지’에서 출발해서 ‘왜 그 비밀에 대해 침묵 했는가’로 확장한다. 납치를 둘러싸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지고 영화는 의심의 기저에 깔린 인간 내면의 모순을 포착한다. 그리고 날카롭게 파고든다. 납치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심리적 긴장감과 그것을 서사로 풀어내는 탁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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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명배우들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딸의 실종으로 야기되는 가족간의 비밀과 갈등이 낱낱이 공개되며 가족간의 화해와 용서로 해결되는 과정은 자칫 지극히 평범한 내러티브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들에게 결코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실제 부부이기도 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스페인의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대가족 제도를 배경으로 딸에 대한 생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누구나 아는 비밀’은 가족애를 중요시하는 동양의 정서와도 상통한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올 더 머니’(2018)에서 손자의 납치에 무덤덤하게 대응하는 억만장자 폴 게티의 행동과도 대비된다. 이는 아마도 가족애를 중요시하는 스페인의 전통과 감독의 모국인 이란의 문화가 어울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아는 비밀을 이용해 탐욕을 부린 라우라의 조카와 남자친구에게는 그들만 모르는 비밀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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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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