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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본부장 “위기의 WTO…교역질서와 국제공조 복원하겠다”


입력 2020.06.24 11:00 수정 2020.06.24 11:1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세계 첫 여성 WTO 사무총장 도전...나이지리아 등 4개국 등록

한국, 사무총장 후보 '3수째'…무너진 WTO 위상 강화에 집중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사무총장 입후보 출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사무총장 입후보 출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다.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제공조 복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 본부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TO 사무총장 입후보와 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금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 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며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 출마에 결심한 배경에는 현재 WTO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WTO는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 협상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돼 분쟁해결 기능도 실효성을 잃게 됐다. 국제사회가 갈수록 보호무역주의로 옮겨가는 것도 유 본부장이 출마를 굳히게 된 이유다.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는 이동이라는 WTO 기본원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지켜지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다.


유 본부장은 “WTO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국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누구보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지내왔다. 특히 WTO는 1995년 출범 당시부터 담당 업무였다. 이후 미국, 중국, 유렵 아세안 등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고 양자간 통상현안을 다루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재 WTO는 통상 전문가이자 이해 조정자를 필요로 한다”며 “저는 공직을 통해 습득한 모든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WTO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이 이번에 당선될 경우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우선 그동안 한 번도 여성 사무총장이 배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세계 첫 여성 임원 배출이라는 부분도 주목된다.


WTO 내부에서는 3수째 사무총장 후보 도전이다. 두 번의 도전에서는 우리나라의 통상분야가 약했고 정부차원 지원도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 도전에서는 통상분야에서 강국이라는 인식을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한 부분도 회원국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과 무역갈등 문제, 미국의 보호무역 주의, 미국과 중국 무역갈등 등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만한 변수도 상존한다. 우리 정부와 유 본부장이 이 같은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당락의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후보자 등록기간은 다음달 8일까지다. 이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WTO 사무국은 사무총장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현재 유 본부장을 제외한 입후보 국가는 나이지리아, 이집트, 멕시코, 몰도바 등 총 4개국이다. 등록마감일인 다음달 8일까지 추가 후보 등록 가능성이 있다.


WTO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전담반(TF)을 구성해 유 본부장 WTO 사무총장 입후보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유 본부장 입후보 관련 발언문이다.


안녕하십니까? 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WTO 사무총장 입후보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로베르토 아제베도(Roberto Azevedo) 현 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 앞두고 지난 5월 14일 사임의사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우리나라도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를 낼 것인지에 대한 내부검토를 해 왔으며, 관계부처 협의 및 절차를 걸쳐, 현직 통상교섭본부장인 제가 WTO 사무총장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스위스(제네바) 시간으로 오늘 중에 駐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입후보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입니다.


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온 통상선도국으로, 지금 위기에 처해있는 WTO 교역질서 및 국제공조체제를 복원·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고, 또한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는 점입니다.


WTO는 설립이래(1995년 1월 1일 출범)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는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됨으로써 분쟁해결 기능도 실효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WTO의 기본원칙도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에서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WTO 체제로 구축된 통상규범과 교역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전세계 GDP의 78%에 달하는 FTA 네트워크를 확보하면서 통상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WTO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 발전시키는데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둘째, WTO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회원국간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한민국이 누구보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WTO는 다자적으로 추진해야 할 협상과 개혁 과제에 있어 주요국간, 그리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무역을 통한 성장 경험과 비전,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상대국가들과 신뢰를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WTO가 21세기 통상환경에 맞게 개편되는 데에는 무엇보다 회원국들 간의 신뢰와 통합이 필요하고, 중견국인 한국은 바로 이 부분에서 주도적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개인적인 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5년 공직생활 기간 동안 저는 꾸준히 통상 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특히, WTO는 1995년 출범 당시에도 업무를 맡았었고, 이후 미국, 중국, 유럽, 아세안 등과의 FTA 협상을 이끌고 양자간 통상현안을 다루는 데에도 통상규범의 교과서로서 늘 함께 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통상분야에서의 경험,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고자 합니다.


그간 협상가로서 여러 국가들을 상대하면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왔고, 국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또한 통상장관으로서 조직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전략적 접근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정립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WTO는 통상 전문가이자 이해 조정자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공직을 통해 습득한 모든 역량과 경험을 다하여, WTO 회원국들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WTO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기여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국제공조 복원에 초점을 맞추어, 다자무역체제가 다시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먼저 ①협상 기능을 복원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 하겠습니다. 특히 분쟁해결제도,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습니다.


또한 ②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회원국 요구와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③ WTO가 지난 25년을 디딤돌 삼아 향후 25년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견고하게 그 지위와 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국제기구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다른나라의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섭니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제가 WTO 다자간 교역체제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WTO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충분한 기여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민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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