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상주시의 변심과 떠날 상무, 그리고 남겨질 이들


입력 2020.06.27 15:50 수정 2020.06.30 11:2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강영석 상주 시장, 시민구단 전환 포기 발표

상주시 유소년 선수들 진로 안개 속 빠져들어

강영석 상주 시장. ⓒ 상주시 강영석 상주 시장. ⓒ 상주시

강영석 상주시장은 지난 22일 상주시 브리핑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프로축구단으로의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발표는 사실상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물론 프로축구연맹도 기자회견을 보고 나서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후문이다.


상주 상무는 K리그에서 매우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는 팀이다. 상주 상무 선수들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현역 선수로 활동하며 상주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상무 축구단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축구의 인기몰이와 함께 시민구단 창단을 원하는 각 기초자치단체들이 크게 늘어났는데, 프로축구연맹은 상무 축구단을 통해 해당 지자체가 프로구단 운영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실제로 상무 축구단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뿌리를 내렸던 광주광역시에는 현재 광주 FC라는 시민구단이 출범해 10년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를 떠난 상무 축구단은 이듬해 경북 상주로 둥지를 틀었다. 연고 협약을 체결할 당시 시민구단으로 전환한다는 합의가 있었고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상주에서도 축구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상무 축구단이 머문 지난 10년간 시민구단으로의 전환 작업은 원활하게 이뤄졌을까. 일단 연맹과 상주시, 그리고 국군체육부대 간의 연고지 협약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총 6차례 연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상주시는 지난해 6월 연맹의 요청에 따라 ‘2021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예정’이라 밝혔고 곧바로 타당성 용역 연구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상주시는 타당성 용역 연구(2020. 3. 인제대학교 스포츠산업개발실 용역보고서)를 통해 각종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한 긍정적 결론을 도출했고, 1,8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프로축구단 잔류 찬성 66.7%(반대 9.5%), 시민구단 전환 찬성 53.7%(반대 16.5%)라는 긍정적인 여론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관계자 및 상주 시민 약 500여명이 참석한 공청회를 열어 시민구단 창단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시장직에 오른 강영석 시장은 지난 22일 갑작스럽게 시민구단 전환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많은 시민들이 시민구단 전환이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의 유치 조건임을 알지 못하고, 2부 리그서 시민구단을 운영 중인 5개 지자체를 검토한 결과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곧 상주를 떠나게 될 상무축구단. ⓒ 프로축구연맹 곧 상주를 떠나게 될 상무축구단. ⓒ 프로축구연맹

상주시의 재정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했을 강영석 시장의 시민구단 전환 포기 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강 시장의 일방적인 선언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무엇보다 상주시에 거주하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프로축구연맹에 소속된 K리그1, K리그2의 모든 프로팀들은 필수적으로 연고지 산하 유스팀을 운영해야한다. 상주 상무 역시 상주시에 위치한 용운고등학교를 유스팀으로 두고 있다. 용운고는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고 현재 전북현대의 수문장으로 활약 중인 골키퍼 송범근을 배출한 학교다.


만약 상주에서 상무축구단이 떠나고 프로시민구단이 출범하지 못한다면 용운고는 프로팀 유스라는 엄청난 장점을 잃게 된다. 더불어 용운고 입학을 바라보는 초, 중 선수들의 향후 진로도 안개 속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강영석 시장은 지난 브리핑서 “유소년 클럽에 대한 책임은 프로축구연맹과 국군체육부대, 상주시민프로축구단 3자 모두에게 공동으로 있다”라며 “이들 3자가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소년 클럽 선수들은 새로운 연고지 구단에 소속돼야 한다. 협의와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감사원이나 법원에 제도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상주시의 재정상황 등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시민구단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기존 입장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한 뒤 “그러나 그 입장을 일방적으로 선언할 것이 아니라 연맹, 구단 측과 사전에 소통하여 대안을 모색하거나 최소한 상주상무 구단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이를테면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들의 진로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해결방안을 찾을 시간적 여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랙터 탄 이근호의 모습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 프로축구연맹 트랙터 탄 이근호의 모습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 프로축구연맹

상주 상무를 응원하던 팬들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 서포터즈인 ‘GREAT PEOPLE & S.W.A.T.’은 지난 22일 상주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성명서를 남겼다.


서포터즈는 “10년간 우리와 함께한 축구단. 상주에서의 프로축구 역사가 이렇게 마무리된다”라며 “우린 아직도 기억한다. 상주의 이름을 달고 월드컵에서 득점한 것으로도 모자라 올스타전 참가를 위해 트랙터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준 예비역 이근호 병장.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활약한 예비역 이정협 병장의 모습을. 심지어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들어온 '손흥민 상주오나' '이승우 상주오나' 등등 상주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그때를”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상무 축구단이 새롭게 유치될 지역의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상무 구단을 운영하면서 프로구단 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는 것, 상무를 유치하면서 지자체들이 내세운 말이다. 광주가 그리하였고 경찰청 축구단을 운영하던 안산과 아산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며 “애석하게도 상주는 그렇게 되지 못하였지만 진정 축구의 열기로 가득찬 시민의 의지가 있다면 부디 지자체의 말 바꾸기가 나오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과 감시를 하여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처럼 불행한 서포터즈가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무 축구단의 새 연고지는 6월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30일까지 상무 구단을 품을 새 지자체의 창단 계획서를 받은 뒤 연고협약 기간과 시민구단 전환 계획 등을 검토한 후 협의를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