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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모트'가 된 이상직…책임론 제기 안되는 배경 뭘까


입력 2020.07.03 00:10 수정 2020.07.03 05:0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당에서 거론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대체 왜

참여연대도 나섰는데…민주, 의도적 언급 회피?

김의겸도 짤렸던 전북 공천 애초 어떻게 받았나

끝없는 의문의 연속에…시선은 권력 핵심부로

지난달 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스타항공 사태'가 중대 고비를 향해가는 와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거론이 의도적으로 회피되고 있다.


총선 전에 임금체불 문제가 점화됐는데도 이 의원이 결격 없이 공천을 받고,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책임론이 제기되지 않는 배경에는 대통령의 친인척 등 권력 핵심부 문제가 걸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와중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상직 의원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을) 당에서 거론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그 사람' 볼드모트처럼 거론 자체가 의도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정도로 커다란 사회적 문제에 당 소속 의원이 결부돼 있는데도 당내에서 언급이 회피되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250억 원대의 임금체불 사태가 촉발된 '이스타항공 사태'는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를 소유하고 있는 이상직 의원 자녀의 자금출처 문제가 불거지면서 편법증여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현 정권의 최대 우군으로 꼽히는 참여연대가 이날 증여세 탈루 의혹 등과 관련해 국세청에 조사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오너 리스크'에 인수를 고려하던 제주항공은 임금체불 사태 등 당면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인수 절차가 중단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위기로 내몰릴 전망이다. 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LCC 항공사의 파산은 새만금 개발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북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상직 의원은 민주당이 연일 단독 소집했던 국회 본회의에도 불참한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민노총 출신 민주당 부대변인은 임금체불 사태와 관련해 이 의원을 내부 비판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스타항공 노조와 접촉해 체불임금 일부를 사실상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등 의문스런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추진하던 외국 회사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가 취직했던 것과 일련의 의문스런 사태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의 딸은 현직 대통령의 자녀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부친 재임 중 해외 이주를 단행했다. 이어 사위 서모 씨는 이주한 태국에서 현지 취직을 했는데 취직한 회사가 이스타항공가 합작을 추진하던 '타이 이스타제트'였던 것이다.


이스타항공 임금체불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총선 이전에 이미 체불이 시작됐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직 의원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전북 전주을에 아무 결격 없이 공천된 것도 석연치 않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책임론이 제기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배경에 대통령 친인척 등 권력 핵심부 문제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고개를 드는 이유다.


민주당은 같은 전북 지역 공천 과정에서 흑석뉴타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끝내 공천을 주지 않았다. 또 총선 이후에도 부동산 관련 재산 증식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인을 제명했다. '이스타항공 사태'는 이보다 사회적 파급력이 작지 않은 사안인데도 당의 대처에 온도차가 너무나 심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의겸 전 대변인, 양정숙 당선인 등에 대한 대처와 이상직 의원 문제를 가리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이 의원이 어떻게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았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이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과 이스타항공 사태는) 총선 전에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던 이슈"라며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인지, 안 걸러낸 것인지, 안 걸러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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