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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심석희 사태 잊었나’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체육계


입력 2020.07.04 07:00 수정 2020.10.07 18:33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복종·묵인이 부른 체육계 병폐 또 다시 수면 위로

임시방편에 그치는 대한체육회의 유명무실 대책 도마 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 뉴시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 뉴시스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온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 고인은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고, 지난달 26일 22살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누구 하나가 적극 나서 고인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줬더라면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미 고인은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지난 4월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 등에 폭력 신고를 접수했다. 그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


뒤늦게 대한체육회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폭력을 묵인하는 체육계 병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고 있다.


체육계는 지난해 1월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이후에도 바뀐 것이 전혀 없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사건 직후 스포츠인권 관련 시스템 재검토 및 개선, 선수촌 내 여성관리관과 인권상담사 확충, 피해자에 대한 최대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말뿐이었다.


대한체육회. ⓒ 연합뉴스 대한체육회. ⓒ 연합뉴스

특히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폭력, 성폭력 등의 비위행위 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인권 센터는 고인과 하루 전까지 전화 상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했다. 피해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이다. 사실상 사건이 터질 때마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기보다는 임시처방에 그치는 수준이다.


폭력 근절 다짐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옛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본 피해자 역시도 가해자들을 고소하기로 해 심각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체육계 병폐는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지도자에 대한 선수의 절대 복종, 성적 지상주의로 인한 묵인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피해자는 속출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사태 재발 방지에 나서는 체육계의 약속이 더는 허울 좋은 외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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