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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 독주의 그늘-하] 한치 양보도 없다…野, 수모 씻을 기회는 대선뿐?


입력 2020.07.06 04:00 수정 2020.07.06 05:1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대화와 타협 근간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붕괴

야당 원내대표가 "탁자 엎고 싶었다"는 말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선거 졌기 때문" 자양분될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독주에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잘못했던 점에 대한 회한이 많다"고도 했다. 결국 주권자의 판단을 다시 구할 2022년 대선이 중요하다는 점으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5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협상 파트너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 "예의는 지킨다"며 더 이상의 평가는 삼갔다. 향후 계속해서 협상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대 여당 원내대표가 양보를 할 마음의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오히려 주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김태년 원내대표보다도 당적 이탈에 따른 중립 의무가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한 불쾌한 심경이 커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들의 '친정 편들기'는 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거쳐 현직인 박병석 국회의장에 이르기까지 대를 거듭할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 배정해버린 박 의장을 가리켜 "본인이 한 일이 얼마나 반의회적이고 반헌법적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상임위 명단을 내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까지 사보임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폭언을 했다. 지극히 고압적인 태도에 지극히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누구보다 여야 협상 경험이 많아 의원총회에서 선출됐고, 선수도 당내 최다선인 5선에 달하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가리켜 거대 여당에서 "강경파에 끌려간다"는 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협상안) '비토'를 당했다"는 둥의 말이 나오는 것도 그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 최종 담판에 앞서 이번에 상임위원장을 맡아야할 차례로 누구보다도 가장 협상을 바랄 당내 3선 의원 전원의 의사를 개별적으로 취합했다. 14명 중 4명은 전권위임의 의사를 밝혔다. 나머지 10명 중에 7명은 "법사위를 가져올 수 없으면 18석 전석을 민주당에 주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와 경선 과정에서 겨뤘던 인물도 이러한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하자"는 의견은 3명에 불과했다.


결국 '강경파의 목소리'도 '김종인의 비토'도 무엇도 아니었던 상황에 관해 주 원내대표는 "합의했는데 당내 이견으로 추인이 안됐다고 뒤집어씌우고, 야당 지도부의 이간질까지 하는 비열한 정치공세를 할 때 제일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7월 임시국회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윤미향 사태'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불거진 현 정권의 대북정책 논란을 점검하기 위한 국정조사 관철을 내세웠다.


앞서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국정조사가 '지렛대'로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거대 여당은 모멸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당시에도 '윤미향 사태'와 대북정책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윤미향 사태'는 비등한 국민여론에 떠밀린 탓인지 거대 여당도 가타부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한 굴종적 대북정책에 대한 국정조사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한마디로 거부했다. 이번 통일부장관·국정원장 인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의 굴종적 대북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대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또한 거부당했다. 주 원내대표는 "협상이랄 게 없었다. 저쪽(민주당)은 만나고 노력하는 모양새만 취했다"며 "의장실에서 보자고 할 때도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이날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 복귀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런저런 입장을 밝혔는데, 집권여당에서는 원내대변인이 취재기자를 불러모아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이것은 안되고 저것은 지켜보자는 식으로 선을 그은 것도 오만한 정치이며 무례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대 여당의 오만으로부터 비롯된 이같은 상황은 중단기적으로 시정될 가망이 없다는 관측이다. 전국단위 선거를 통해 주권자의 제대로 된 판단을 다시 구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산사를 순회하며 칩거할 때 "2022년 대선에서 정권탈환의 확실한 복안이 서면 서울에 올라가겠다"고 말했던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감동과 확장성이라는 요소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대권주자의 발굴과 본선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대선후보의 선출 과정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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