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게시판에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관련 심경 밝혀
7C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면 위기 극복해 재도약 확신
제주항공 최고경영자(CEO)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포기에도 현실이 여전히 냉혹하다며 자구 노력을 통해 소중한 일터를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23알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그동안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직원의 관심과 걱정이 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이스타항공과 함께 가고자 했던 큰 도전은 접었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냉혹하다"고 말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금융 지원과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고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다"며 "정부의 금융 지원을 확보하고 유상증자와 비용 절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소중한 일터를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공시를 통해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공시 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해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을 지낸 30년 경력의 항공 분야 기획·재무 전문가로 김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는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진단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제선이 실질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국내선에서 치열한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에 힘입어 급여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고 있으나 8월 말 이후부터는 정부의 지원금마저도 끊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모든 업무와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회복 탄력성에 두고 있다"며 "7C 정신을 되새기면서 서로 협조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강인한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의 코드명인 7C는 위기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Confident), 개인과 조직의 역량(Competent), 강한 유대감(Connected), 동료 존중(Cooperative) 등의 약자로 김 대표는 취임 초부터 '7C 정신'을 강조해왔다.
한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M&A 무산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동안 M&A 협상 과정에서 계약 조건 이행과 셧다운(항공기 운항 중단) 조치 지시 여부 등과 관련해 양사가 이견을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터라 소송전이 전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양사간 법정 공방이 펼쳐지면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000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 발생과 이를 유발한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 소재,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