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이 이렇게 행동해 당황스럽고 마음 아파"
"조현범 사장,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조양래 회장, 주식 매각·성년 후견 신청에 대한 31일 입장 발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최근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넘긴 것과 관련해 "대주주로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31일 밝혔다.
이와 관련,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성년 후견을 신청한 것에 대해선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저의 첫째 딸이 성년후견인 개시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사랑하는 첫째 딸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당황스럽고 정말 마음 아프다"고 언급했다.
전일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의 주식 전량 매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앞서 조 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2194만2693주) 2400억원 상당을 차남인 조 사장에게 매각했다. 이로써 조 사장 지분율(42.9%)은 형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누나 조희원씨(10.82%) 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그룹 경영권 승계 향방도 조 사장 쪽으로 기울게 됐다.
조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것에 대해 "조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었고, 그 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다"면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뒀던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면서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경영권 문제에 대해 딸인 조 이사장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거라면,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면서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면서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또 "제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고, 향후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해서 앞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 자신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다시 한 번 저의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내년이면 창립 80년이 되는 우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더욱 발전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저도 힘 닫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