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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스펙트럼] 신용대출 급증이 은행 탓인가


입력 2020.09.14 07:00 수정 2020.09.13 20:25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8월 은행 기타대출 잔액 251조3000억원…전월보다 5.7조↑

주담대 억제 풍선효과에 저금리·코로나19 등 복합적 원인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폭증에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폭증에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폭증에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영상회의에서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한 가계 신용대출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를 하겠다"며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용대출이 주택대출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지 않도록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실태 점검을 개시했다"며 "신용 융자시장과 증시 주변 자금 추이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손 부위원장은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금융당국도 점검을 철지하고 신용, 전세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최근 은행권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긴 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0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은행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251조3000억원으로 전월(245조6000억원)보다 5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 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문제는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원인이다. 우선 정부가 집값을 안정화한다며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조인 게 가장 큰 이유다.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진 이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부동산 투자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도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안내줄 수도 없다.


여기에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어 긴급자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자금 수요에다 최근 공모주 청약과 관련한 증거금 납입을 위한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까지 이어졌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은 무시한 채 은행의 대출 실적 경쟁을 언급하면서 신용대출을 줄이라고 엄포를 놓는 것은 말이 안된다.


만약 은행들이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선다면 돈이 급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며 일갈할 게 뻔하다.


물론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억제할 필요는 있다. 폭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을 방치할 경우 2003년 ‘카드대란’과 같은 부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카드대란은 당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가 이를 갚지 못해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다.


한은에 따르면 8월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전월(936조5000억원)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3월(9조6000억원)의 증가폭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영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개입하는 관치금융보다는 주담대 완화등 실질적인 처방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가계부채 부실화가 현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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