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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정부 한일관계⑫] 일본계 은행 대출 22조…경제보복 재현 우려 '촉각'


입력 2020.09.17 07:00 수정 2020.09.16 21:4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내 영토 넓어진 日 은행…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2배↑

지난해 경제보복 직후 1조 이탈 전례…외교 지형 변화에 귀추

국내 일본계 은행 지점 보유 대출 잔액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일본계 은행 지점 보유 대출 잔액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일본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금융권에서는 혹시 모를 일본계 자금 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수출규제 때에도 금융을 통한 보복 조치는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일본계 은행에서 반 년 새 1조원 넘는 대출 자금이 빠져나간 전례가 있어서다.


스가 정권이 외교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퇴임한 아베 신조 총리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공표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2조원에 달하는 일본계 은행 자금을 둘러싼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즈호·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미쓰이스미토모·야마구찌은행 등 국내 4개 일본계 은행 지점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총 21조8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미즈호은행 지점의 대출채권이 10조1112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MUFG은행 지점과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지점의 대출채권이 각각 7조2756억원, 4조381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야마구찌은행 지점의 대출채권 잔액은 991억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일본계 은행들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영토를 넓혀 왔다. 국내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일본계 은행의 자금 공급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면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 지점들의 현재 대출 규모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월 말(11조1074억원)보다 96.9%(10조7599억원) 급증한 액수로, 10여년 새 두 배 가까이 몸집을 불린 상태다.


다만,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이처럼 꾸준히 늘어 오던 일본계 시중은행 자금은 감소세로 돌아서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금융 부문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경제적 대응을 단행하지 않았지만, 이전까지의 추이만 놓고 보면 정치적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던 셈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말 22조4463억원이었던 국내 일본계 은행지점들의 대출 잔액은 같은 해 말 21조17억원으로 6.4%(1조4446억원) 줄어든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의 총리 교체 이후 다시 한 번 양국 관계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스가 총리가 외교 전략은 아베 정권과 궤를 같이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이전 정부로부터 촉발된 우리나라에 대한 강경 노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건 아닐지 눈과 귀가 쏠리는 모양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2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고,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는 정말로 훌륭하다"며 "(외교 면에선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일을 나는 할 수 없지만, 내 나름의 외교 자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형 외교 자세를 관철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아직 과도한 우려를 내비칠 상황까지는 아니란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아베 정권을 계승한다는 스가 정부의 성격 상 외교 기조가 당장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하지만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이 상당 부분 확대된 현실을 감안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가 정부가 이전 정권의 연장선 상에 높여 있다는 측면에서 한일 관계에도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와중 추가적인 돌발변수에 대한 위험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보복 이슈 속에서도 일본계 자금 유출로 인한 타격은 제한적 수준에 그쳤다"며 "다만 일본계 은행에서 나온 대출의 절반 이상이 기업 자금으로 공급되고 있는 구조인 만큼, 경제 활동에 추가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여신 리스크 분산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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