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청약 경쟁률 607대 1…증거금 58조4237억원 몰리며 흥행
올해 공모주 ‘끝’…64조원 CMA 대기자금 ‘주식시장 행’ 여부 주목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자금 쏠림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빅히트를 마지막으로 연말까지 청약 광풍을 이어받을 공모주 후보가 전무해 유동성 향방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빅히트의 공모주 일반청약 최종 평균 경쟁률은 606.97대 1로 집계됐다. 증거금은 58조4237억원이 모였다. 이는 SK바이오팜의 323.03대 1의 경쟁률과 30조9889억원의 증거금 기록을 갈아치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빅히트가 예상대로 흥행을 기록했지만 앞서 진행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훌쩍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거금은 SK바이오팜을 훌쩍 넘어섰지만 역대 최대인 카카오게임즈에는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빅히트 청약 이후 개인들의 역대급 투자자금이 코스피 순매수세로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빅히트 청약을 앞둔 지난달 29일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64조935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 10일 59조1218억원 수준이던 CMA잔고가 19일 만에 9.8%(5조8134억원) 급증한 이유는 빅히트 청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예탁금도 5일 58조313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 달 16일 예탁금 규모가 55조3742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한 달만에 4.7%(2조6571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역시 빅히트 청약을 노린 투자자금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코스피를 772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추석 연휴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국내 증시가 급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은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청약 이후 개인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순매수했던 과거가 있는 데다 현재 장세가 나쁘지 않아 추격 매수를 위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올해 남은 기간 눈에 띌만한 공모주 청약이 남지 않았다는 점도 주식투자 유입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MA와 투자자예탁금은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굵직한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도 급증한 바 있다. 지난 6월 23일과 24일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직전인 22일 CMA잔고는 57조5246억원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달 1~2일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위해 투자자예탁금은 8월 31일 60조5270억원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각각 323.02대 1과 1524.85대 1의 경쟁률이 쏠리면서 손에 쥘 수 있는 주식 수가 극히 제한됐다. SK바이오팜에 1억원을 투자해 손에 쥔 주식은 12주에 불과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같은 투자금에 배정된 주식은 5주에 그쳤다. 이에 30조9899억원과 58조5543억원씩 몰렸던 증거금의 대부분은 다시 투자자에게로 돌아갔다.
개인들은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실패한 투자자금을 대량으로 주식시장에 밀어넣었다. 실제로 SK바이오팜 청약이 끝난 직후인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개인은 무려 1조9297억원에 달하는 돈을 코스피 시장에 투입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이 끝난 뒤인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6거래일동안 개인들은 2조9020억원 규모로 코스피를 사들였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낮은 예금금리와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공모주 청약 환급금은 짧은 시일 내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 상품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