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을의 반란을 유쾌한 우정과 함께 그려내 11월 극장가를 웃음으로 물들일 준비를 마쳤다.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하향조정되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대면으로 처음 진행됐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종필 감독은 "고아성은 3년 전부터 우연히 알게 됐다. 자주 만나거나 친한건 아닌데 가끔 보면 자영같은 모습이 있다"면서 "사실 고아성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고아성을 자영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솜에 대해 "유나 캐릭터는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속내가 싶은 인물이다. 10년 전에 제가 '푸른소금' 단역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이솜이 차를 태워준 적이 있다. 그런식으로 배려를 하는 모습에서 유나 캐릭터에 이솜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으며 박혜수에 대해서는 "90년대 배경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어떨까 개인적인 생각을 넣어 만든 캐릭터다. 어느날 박혜수가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1년 구미 낙동강 폐수 유출 사건과 90년대 세계화를 외치며 회사에서 고졸 사원을 대상으로 토익반을 개설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종필 감독은 "초고는 홍수영 작가님이 쓰셨다. 90년대 한 기업에서 영화와 똑같이 글로벌을 맞이해 토익반을 개설했는데, 당시 강사를 하셨다고 한다"며 "토익과, 고졸, 페놀을 엮어 이야기를 만든 건 승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다. 글로벌이란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 뒤 이면적으로 뭔가 있을 것 같았다. 페놀 방류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진 않는다"고 실화와 픽션의 경계를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영화 시작 전에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자막을 넣은 이유로 "사실 지금은 페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잊혀져간단 생각이 들었다. 그걸 강조하고 싶어 오프닝에 넣었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삼진그룹 생산3부 이자영 사원으로 폐수가 방류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해 사건을 끌어가는 인물이다. 고아성은 "셋이 함께 있는 장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오늘 영화를 다시 보니 사과를 먹는 장면이 자영의 마음이 잘 담긴 짧은 순간 같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이솜은 "유나 캐릭터가 스타일적으로 90년대를 많이 보여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의상팀과 동묘시장을 다녀왔다. 또 장만옥과 예전 엄마 사진을 참고했다"며 "90년생이라 그 때의 기억이 잘 없어 대본에 충실했다. 흐릿한 90년대를 그리워하며 연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혜수는 "셋이 함께 하는 장면에서 진짜 친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람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잘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영화가 전개되며 하고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으려 했다"고 보람을 연기하며 중점을 뒀던 부분을 전했다.
고아성은 이솜, 박혜수와의 절친 케미스트리에 대해 "촬영할 때 합숙을 자처해 매일 밤마다 모여서 영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비결을 밝혔다.
박혜수 역시 "자영이 주축이 돼 사건을 가져오면 유나가 아닌 척 하며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게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주 만나고 촬영 전에 이미 가까워지다보니 실제로 관계가 그런식으로 형성이 됐다"고 덧붙였다.
90년대 토익반 설정 답게 촌스러운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방법도 배우마다 달랐다. 이솜은 "번역기를 돌려서 소리나는 발음 그대로 연습했다"고 말했고 고아성은 "실력향상을 목표로 두고 연기한게 아니라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혜수는 "보람이는 실제로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보람 영어 이름이 실비아인데, 실비아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 학원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촌스러우면서도 묘한 느낌이 나서 원래 있던 이름에서 실비아로 양해를 구하고 바꿨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박혜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캐릭터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만큼 자신도 촬영 후 한층 성장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보람이가 하는 대사 중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란 대사가 참 좋았다. 실제로 가만히 있고 싶지만 요즘 사회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있다. 마음 속으로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됐다. 가볍지만 울림이 있다. 요즘에는 하고 싶은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보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세 배우는 여성 캐릭터가 활약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고아성은 "전작 '항거:유관순 이야기' 때도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런 현장이 드문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만나며 또 다른 느낌을 만났다. 이 현장은 특유의 든든한 분위기가 있어서 함께 있으면 뭔가를 할 수 있겠다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솜도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지만 그런 순간이 있을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고아성, 박혜수와 함께 작업한다고 해서 신나고 즐겁게 준비했다. 예민해진 날도 있었지만,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촬영장을 보니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에 임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 열심히 촬영했다"고 당시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박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특히나 끈끈함을 느꼈다. 감독님과 넷이 있으면 사총사처럼 한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그 힘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전달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바랐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영화 '전국노래자랑', '도리화가'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신작으로 11월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