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코나악재까지...LG화학 9% 하락 뒤 배당 발표에 1% 반등
“현대차 영업·재무 충격 작아...지배구조 개편 통한 주주환원 관심”
현대차와 LG화학이 코나 전기차(EV) 화재 이슈에 휩싸인 가운데 이외에도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주가 향방이 주목된다.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을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둔 만큼 ‘주주 달래기’에 나섰고 현대차는 ‘정의선 시대’의 공식 개막을 알리며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증권가는 코나 악재의 영향력은 서로 다르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적분할과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이란 대형 이슈가 상존하면서 두 회사 모두 주주환원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화학은 전장 대비 9000원(1.43%) 오른 63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LG화학 주가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불거진 지난 12일부터 3거래일 간 9% 넘게 내려앉았다. 지난달 배터리사업의 물적 분할을 발표하며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해진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터리 결함 논란이 확산된 영향이다. 이후 14일 오후 배당 계획을 밝히며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이날 2000원(1.12%) 내린 17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8일부터 연속 하락하며 이날까지 3.8% 빠졌지만 LG화학의 하락 폭이 더 컸다.
최근 코나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대차는 대규모 시정조치(리콜)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했다. 국토부는 화재 발생의 원인에 대해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고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를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셰보레 볼트 전기차에서도 최근 화재가 이어지며 파장이 커졌다. 볼트 전기차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볼트EV 화재 사고 3건에 대해 조사 중으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는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업체의 성장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LG화학, SK이노베이, CATL 등이 현대·기아차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지만 LG화학 납품 배터리에 이상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에서 투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코나 외에도 미국 NHTSA가 조사 중인 점을 감안하면 LG화학 전지 성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방향성을 예단하기에는 제한적이고, 향후 발표될 조사에서 두 회사 간 입장과 근거에 대해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또 전지부문의 물적분할과 맞물린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주총을 앞둔 LG화학은 지난 12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과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결산 공시 전에 잠정 실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3년간 주당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한다는 새 배당정책도 공시했다. 증권가는 LG화학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과 함께 독립법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전략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비전을 담은 주주서한에서 독립법인을 활용한 대규모 그린 본드 발행과 설비투자 확대, 경쟁사들과의 초격차, 글로벌 1위 유지 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있고, 경쟁사들과의 초격차 전략을 위해 완성차와의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도 독립법인이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현대차의 주가 흐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리콜 비용은 보수적 가정을 적용해도 수백억원 이내로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또 화재원인과 귀책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비용이 즉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재무 충격이 작고 성장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경우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투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를 본격화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비교해 우호적인 상황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인 미래차 열풍에 힘입어 실적·주가가 반등했고 사외이사의 구성이 다양해짐과 동시에 IR 조직을 키우며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는 첫 번째로 기존 안을 보완하는 모비스-글로비스 중심의 방식, 두 번째는 현대차-모비스 중심의 개편 방식이 있는데 두 방식 모두 사업의 경쟁력과 대주주의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단기적인 피해주와 수혜주를 가려내는데 관심이 높았지만, 이젠 이를 통해 주주환원이 자연스레 커질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