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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무엇을 더 고민하는가?


입력 2020.10.20 08:30 수정 2020.10.20 08:20        데스크 (desk@dailian.co.kr)

사기꾼이 검찰개혁 운운하며 ‘갖고 노는’ 지금이 사퇴 적기

당신이 사표 후 싸워야 할 적은 추미애 아닌 좌파 독재 정권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검찰총장 윤석열은 어제 아마 잠을 못 이뤘을 것이다.


분노도 분노이고 치욕도 치욕이지만, 자신의 향후 선택과 결정에 대한 고민이 더 컸으리라.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그 생각은 계속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올해 60세인 윤석열은 이 시점에서 결정을 크게 해야 한다.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치마폭에 숨어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추미애의 농단 인사에 항의해 검찰을 떠난 검사장 문찬석은 그를 검사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이 그 자리를 냉큼 이어 받을까봐 총장 사표를 못 내는가? 대장부 윤석열이 그런 사소한 염려 때문에 용단을 못 내리고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이성윤을 포함한 대한민국 검찰 내 충견 검사들은 지금 옷을 다 발가벗고 있는 상태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과 국민들이 뭐라고 말하고 뭐라고 생각하든 개의치 않고 위선과 불공정의 길로 가기로 작정한 문재인 정권을 받들어 충성을 다하고 있다. 총장인 당신과 몇 사람들만 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판에서 누가 차기 검찰총장이 되고 검찰이 망가지는 것을 걱정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검찰은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는 처지가 이미 돼 있다. 추미애와 문재인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나 정답을 만들어낼 자세가 돼 있는 그들이 더 변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바르게 고쳐지는 쪽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모습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반정부 성향의 다수 국민들은 언젠가부터 윤석열 당신에게 검찰 수사에 대해 기대하는 걸 포기했다. 장관 추미애가 워낙 막무가내이고 ‘추안무치’여서 장관 수사지휘권을 밥 먹듯 발동해 당신을 식물총장으로 죽여 놓고 있고, 검사다운 검사들, 소위 윤석열 측근이라는 간부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켰으므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부터다.


벌써 추미애 아들 특혜 군 복무나 이번에 난리가 나고 있는 라임 같은 주요 사건들 수사 과정에서 일선 검사들이 총장을 왕따 시키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은 분노와 좌절과 불안한 마음으로 추미애와 문재인 정권의 시녀가 된 검찰을 바라보면서, 당신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사기꾼이 검찰개혁을 운운하고 특정 수사팀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소환에 불응하는 나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그 사기꾼이 쓴 편지 한 통에 장관이 반색을 하고 그 말을 전적으로 믿어 총장 몰아내기에(더 몰아낼 것도 없이 다 죽은 신세이니 여기서 몰아내기란 최종적인 사표를 의미한다) 이용하고 있다.


그 펀드 사기꾼 회사가 윤석열 측근 포함 검사들에게 룸살롱 향응을 제공하고 야당 인사들에게도 돈을 주었다는(청와대 전 수석 강기정에게 줬다고 그가 재판 과정에서 폭로한 5000만원 건은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편지가 공개되자마자 추미애는 감찰을 지시했고, 편지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수사지휘권 발동(윤석열 지휘권 박탈)을 통보했다.


추미애는 또 윤석열 처가 관련사건 재수사에 대해서도(이 사건들은 이미 재판까지 끝나 무혐의 결론이 났거나 오히려 고발인 측이 무고죄를 선고 받았다) 장관 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을 망신 주고 총장실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한국 헌정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3차례의 장관 지휘권 발동을 한 여성 법무부장관 추미애(秋美愛, 61)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 이름은 물론 오명(汚名)이고 추명(醜名)이다.


추미애의 지휘권 발동 이유는 이 사건들에 윤석열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으므로 지휘권을 뺐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사기꾼의 입을 통해 감찰관이 들어서 이뤄진 일이라는데, 정권이 관련돼 이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일이라면 그 사기꾼을 국회로 불러내 국민들 앞에서 청문회를 했어야 옳지 않는가? 추미애와 정권이 떳떳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특검을 요구하는 보수 야당(국민의힘)은 청문회를 찬성하리라고 본다. 돈 받은 의원들이 자기네 당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 측에서 특검을 하자고 하고 국회 청문회도 수용할 자세인데, 추미애와 정권은 장관 지휘권 발동을 통해 수사팀 재편으로 맞서고 있다. 이것은 추미애 아들 사건을 맡은 서울 동부지검 수사처럼 자기들 말 잘 듣는 검사들에게 수사를 시켜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적당히 결론 내고 흐지부지 끝내려는 수작 아닌가?


검찰개혁을 운운한 사기꾼(김봉현, 46, 구속,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곧 친문들과 진보좌파 진영으로부터 의인(義人)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모순과 조작 의혹투성이 편지 내용 이전에 다른 사건 사기 혐의로 이미 감방에 가 있는 사람이다. 추미애의 감찰관은 이 사람을 만나 밑도 끝도 없이 (편지 속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하고 그 사람은 서울 남부지검 수사팀이 불렀으나 못 믿겠다며 나오지 않는,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기꾼이 검찰과 법무부를, 속된 말로, 갖고 놀고 있으며 추미애는 그걸 기꺼이 즐기며 두 개의 수사팀이 한 사기꾼 수사의 말을 조사하도록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은 동네북이 되어 사기꾼의 (윤석열을 편지 내용에 삽입해 주목도를 높이고 관심 방향을 전환시키는) 사기 행각 대상이 됐고, 추미애는 그 편지장을 흔들어 대며 이래도 못 나가겠느냐는 듯 목을 조이고 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다수 국민의 마음은 정말로 착잡하다.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 세 번째로 맡은 정권인데, 이게 진짜 민주주의인가? 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진영 일이라면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편만 잘못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진보좌파 언론과 강남좌파들, 또 별 개념 없이 그쪽 편을 드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이 작년 조국 사태 때부터 올곧고 참다운 검사들을 대표하기로 작정했다면, 그리고 나서야 할 때 나서기로 사나이 인생을 걸 각오를 굳혔다면, 지금이 적기다. 다수 국민들은(아마도 다수 검사들 역시) 윤석열이 표독(慓毒)의 상징 추미애와 일전을 벌여 주기를 바라기도 하겠지만, 윤석열이 싸울 적은 지금 추미애 정도가 아니다.


검찰과 대한민국 법의 규칙(Rule of Law)을 유린하고 있는, 그 부하들이 유린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면서도 침묵 내지는 방조하고 있는, 좌파 독재의 길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 자체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선언(현 정부의 무도한 검찰 정책에 관한 입장과 후배 검사들에게 하는 당부)과 함께 검찰총장 직을 흔연히 내던지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치 전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출사표를 간접적으로라도 밝혀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대업을 위한 길은 곧 정치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기상도를 예견하는 사람들은 윤석열의 사퇴(그리고 이어지는 정계 진출) 시기를 올 여름~가을 무렵으로 보았다. 그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예언’이 그래서가 아니라 추미애의 능멸을 내년 7월 임기까지 9개월 더 참고 견뎌내는 건 이제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더 큰 일을 위해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완벽한 시기(Perfect Timing)란 없다. 그것은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당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드디어 행하기로 한 그 때가 바로 퍼펙트 타이밍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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