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국감2020 결산①] 거대여당 작심 '방탄'에 맹탕…국회 존재 이유 뭔가


입력 2020.10.31 09:00 수정 2020.10.30 23:0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거대여당의 문재인 정부 지키기 ‘방탄’ 모드에 무기력했던 야당

추미애·공무원 피격·펀드사기 사태 관련 증인 채택 줄줄이 불발

장성철 “민주당, 너무나도 정부 보호하려…국회의원 책임 방기”

”민생 현안 많았음에도 정치 이슈 함몰 돼 국민에 되레 피로감만”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 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지키기에 급급했던 거대여당의 '방탄'과 이에 따른 야당의 '무기력'만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의미는 완전히 퇴색된 채, 문재인 정부 지키기에 급급했던 거대여당의 '방탄'과 이에 따른 야당의 '무기력'만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174석의 거대 의석과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를 기반으로 '방탄 모드'를 이어갔다.


특히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되는 사안에서 명확한 진실 규명을 위해 야당이 신청한 증인채택 요구를 대부분 묵살했고, 이번 국감 기간 동안에만 민주당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한 증인의 수가 1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초선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이후 이번 국회까지 여야 모두의 입장에서 수많은 국감을 치러봤지만, 이번 국감만큼 야당의 증인 채택 요구가 대대적으로 거부된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며 "애초부터 증인 없이는 결론이 날 수 없는 싸움을 하루 종일 하고 있으니 고성이 나오고,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실제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고조됐던 사안들을 다뤘던 상임위에서도 민주당은 핵심 증인들을 부르고자 한 국민의힘의 요구에 모조리 퇴짜를 놔 논란을 자초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특혜 의혹 및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총격 사살 사건, 1조원 대 펀드사기 사건인 라임·옵티머스 사태, 민주당 소속이었던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태 등과 관련된 인물들의 국회 출석이 대부분 무산된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국회의 기본적인 임무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고, 행정부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국회에서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이다"라며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너무나도 행정부를 보호하려는 '방탄 국감'을 했고, 이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소장은 "기본적으로 의원들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슈에 가려진 측면도 있지만, 절대적인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의 '방탄'에 야당으로서는 싸우고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며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행정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겠지만 국회의원으로서 행정부 견제의 의무를 버린 점은 책임 방기"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에게도 2020년도 국정감사가 ‘맹탕 국감’으로 전락한 데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히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보가 뻔히 예상됐던 상황에서 꼼꼼한 정책 질의에 보다 집중하는 등 대안책을 마련했어야 함에도, 여당의 도발에 휘말리기 바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든 탓을 민주당에게 돌려봤자 우리에게 남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어차피 21대 국회 내내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텐데 4년 내내 맹탕 국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보다 더 철저하고 날카로운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돌아봤다.


결국 21대 국회 출범 후 첫 번째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에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국민에게 만족감 대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통화에서 “아무리 거대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 존재한다지만 결국 입법부 본연의 역할에 너무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와 부동산 대란 등 민생 현안이 많았음에도 정치 이슈에 함몰 돼 오히려 국민들에게 깊은 피로감만 남겼다”고 분석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최현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