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입문 시점 빨라질 가능성에 주자들 '부산'
김태호, SNS 통한 '대권행보'에 본격 나설 듯
원희룡, 일찌감치 "경쟁자는 윤석열" 지목
조해진 "메기가 확 휘젓고 다니면 판 활성화"
윤석열 검찰총장의 '메기 효과'가 벌써 시작된 것일까. 야권 대권주자들의 '꿈틀꿈틀'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야권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태호 무소속 의원은 1일 SNS에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 공천 강행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김태호 의원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과 5년 전 민주당이 발표했던 당헌으로, 당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기에 '문재인 조항'"이라며 "당시 문재인 대표는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고성을 찾아 '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2015년 6월과 2020년 10월은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 도대체 민주당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라며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냐, 청와대의 재가가 있었느냐. 민주당이 후보를 선정한다면 문재인정권의 도덕적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신속하게 또렷한 목소리를 낸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김 의원은 4·15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계를 낸 사실을 밝히거나 코로나·태풍 피해·농산물 물가 걱정과 국정감사 질의 영상을 올리는 정도의 SNS를 해왔다.
지난달 29일 '마포포럼'에서 "당선되면 친정으로 돌아갈 줄 알고, 무소속 상태보다는 돌아가면 나의 의지나 구상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침묵에 가까운 '로우 키' 행보를 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듯, 그동안에는 SNS를 통한 '목소리'도 이에 맞춰져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SNS를 통해 민주당의 공천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한 것을 기점으로, 정국 현안에 관한 입장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총장의 부각을 전후해 '마포포럼'에서 대권 의지를 밝힌 뒤, 현 정권·여당과 각을 세우며 이른바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권 경쟁자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을 일찌감치 지목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자신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SNS를 통한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30일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자본시장을 튼튼하게 해 '동학개미'들이 우상향하는 주식시장에서 한국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게 중요한 정책과제인데, 정부가 어깃장을 놓고 있다"라며 "정부는 당장 대주주 범위의 하향 계획을 철회해 '동학개미'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데일리안이 지난달 25~26일 알앤써치에 의뢰해 설문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15.1%를 획득하며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비(非)여권 인사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본인 스스로도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한 뒤 사회와 국민께 봉사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정계 입문의 여지를 열어뒀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직후 KBS 뉴스9에 출연해 윤 총장을 비난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의 '찍어내기'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윤 총장의 정계 입문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조짐에 따라 야권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윤 총장의 존재로 인한 '메기 효과(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리는 현상)'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메기 효과'라는 게 있지 않느냐"라며 "야권 후보들의 활동력이 좀 부진했다고 보는 입장에서 보면, 메기가 들어와서 확 휘젓고 다니면 서로 자극 효과도 있고 판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견제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일자로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지난달 22일 국감 발언은) 검찰총장직을 사수하기 위한 말들일 뿐, 정치를 하기 위해 준비한 말은 아니었다"라며 "여러 모로 야권의 대권주자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