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연장 13회 접전 끝에 키움 꺾고 준PO행
투수 흔들림 간파한 타자들 집중력 돋보여
4시간 58분 동안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두 팀의 맞대결에서 웃은 쪽은 4위 LG 트윈스였다.
LG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 5위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을 1차전서 끝내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3위 두산 베어스와 잠실 구장서 라이벌전을 펼친다.
5시간에 가까운 경기 시간이 말해주듯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두 팀은 선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투수들이 명품 투수전을 펼친데 이어 타선에서도 꼭 필요한 순간마다 점수를 뽑아주며 명경기를 펼쳤다.
선취점을 LG의 몫이었다. LG는 1회 채은성이 상대 선발 브리검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자 키움도 4회 서건창의 2루타에 이어 이정후의 적시타가 터지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소강 상태가 이어지던 7회초, 이번에는 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만들어내며 승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LG 역시 곧바로 이어진 7회말 홍창기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2-2 접전이 계속됐다.
승부의 추는 13회 엇갈렸다. 키움은 연장 13회 박동원의 적시타로 1점을 달아나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벼랑 끝에 몰린 LG가 이천웅의 내야 안타로 동점을 만든 뒤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어렵게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승부처였던 연장 13회말을 복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손혁 감독 자진 사퇴 후 김창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키움은 철저히 데이터에 의거한 시스템 야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키움의 데이터 야구는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키움은 연장 13회말에 들어서자 올 시즌 11홀드를 기록한 셋업맨 김상수를 투입했다. 이미 일찌감치 마무리 조상우를 쓴데 이어 필승조 대부분을 사용한터라 얼마 남지 않은 카드 중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그러나 김상수의 컨트롤은 잡히지 않았고 첫 타자 이형종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며 위기를 자초했다. 후속 타자 오지환을 땅볼로 처리했으나 김민성에게 다시 안타를 내준 김상수는 곧바로 교체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키움이 그 다음으로 꺼내든 카드는 또 다른 필승조인 김태훈이었다. 1사 1, 3루 상황에서 김태훈의 등판은 어쩌면 당연했다. 올 시즌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이 31.2%에 이르는 김태훈은 전형적인 땅볼 유도 투수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병살을 유도해 한 번에 경기를 끝내겠다는 심산이었다.
문제는 데이터에 드러나지 않는 선수의 컨디션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김태훈은 유난히 긴장하는 모습이었고 급기야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김태훈의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스플리터는 계속해서 땅을 찍었고 폭투까지 기록하는 등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틈을 파고든 신민재의 결승 적시타가 터졌다.
상대 투수의 상태를 읽고 끝까지 공을 골라낸 LG 타자들의 집중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라운드볼 투수인 김태훈의 스플리터를 잔뜩 경계한 LG 타자들은 안타보다 볼넷을 얻어내는 것에 주력했고, 이와 같은 ‘감’과 ‘경험’은 2점을 뽑아내 승리를 얻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