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국민 vs 신한' 리딩뱅크 경쟁, 단기 투자 성적에 '촉각'


입력 2020.11.05 06:00 수정 2020.11.04 10:1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단기 차익 유가증권 손익 2599억…1년 전보다 19.4%↓

리스크 헷징서 실적 엇갈려…비이자이익 확대 셈법 분주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단기 투자 실적을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렸다.ⓒ데일리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단기 차익을 노린 공격적 유가증권 투자에서 모두 예전보다 못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예측하고 분산하기 위해 함께 진행하는 헷징에서 희비가 엇갈리며 국민은행이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 실적에서 비(非)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투자 역량을 둘러싼 경쟁은 리딩뱅크를 둘러싸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은행의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대상으로 구분된 유가증권 투자에서 거둔 손익은 총 2599억원으로 전년 동기(3224억원) 대비 19.4%(625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당기손익 평가로 분류된 항목은 금융사가 다른 유형에 비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수익을 노리고 사들인 유가증권들을 담고 있는 영역이다. 금융사는 유가증권 자산을 평가 특성에 따라 ▲당기손익 ▲기타포괄손익 ▲상각후원가 등으로 구분하는데, 당기손익 항목에는 1년 이내 단기로 보유하면서 매매 차익을 확보하기 위해 매입한 유가증권이 속하게 된다.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영역에 비해 좀 더 빠른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유가증권들이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신한은행 모두 이 같은 투자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민은행의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 투자 이익은 조사 대상 기간 2237억원에서 1917억으로 14.3%(320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 금액이 987억원에서 682억원으로 30.9%(305억원) 줄었다.


이렇게 올해 은행들의 단기 투자 실적이 악화된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꼽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이후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의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다. 더욱이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당분간 악영향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고 두 은행의 투자 실적이 마냥 떨어졌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헷징을 함께 살펴봐야 해서다. 헷징은 투자한 금융 상품의 가치가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정반대 손익이 나타나는 파생상품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는 기법이다.


실제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실질적인 투자 성적은 헷징에서 판가름이 난 형국이다. 국민은행의 외환·파생상품 이익은 1254억원에서 1841억원으로 46.8%(587억원) 늘어난 반면, 신한은행의 해당 액수는 3428억원에서 3294억원으로 3.9%(134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헷징을 통해 유가증권 투자 이익 감소폭보다 더 많은 반대급부를 얻었지만, 신한은행은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은행의 수익성에서 이와 같은 투자 부분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제로금리 역풍이 은행의 주 수익원인 이자 마진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이렇게 예대 금리 차이를 통한 이익이 위축되면서, 은행들은 이전보다 투자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런 와중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들이다. 이들의 부문별 성과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3293억원으로 국민은행(2조4391억원)에 비해 1000억원 가량 적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이 국민은행보다 많은 순이익을 거두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다시 국민은행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올 한 해 최종 스코어는 마지막까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저금리 탓에 이자 마진에서 뚜렷한 차이를 만들기 힘든 여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증권 투자와 같은 비이자 부분의 이익이 향후 은행의 실적을 좌우할 키워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