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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혹시 불똥 튈라"…美대선 대혼돈 '컨틴전시 플랜' 가동


입력 2020.11.09 06:00 수정 2020.11.08 13:1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융당국, 외화유동성 입출금 파악 등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

세계 금융중심지 미국 초유의 혼돈사태 우려…'불복시' 시장혼란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중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선 개표 상황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을 암시하는 등 금융의 중심지 미국이 대혼돈에 빠지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국내 금융회사들도 불확실성 우려에 따른 전략대응 논의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예상대로 당선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꼽았던 '대통령 당선인 공백상태'를 피했다는데 안도하면서도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미국 대선 결과 발표 이후 외화유동성 입출금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는 등 시장 점검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은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4일부터 사흘 연속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특히 지난 6일 회의는 이례적으로 금융당국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4일에는 김태현 사무처장이 5일에는 최훈 상임위원이 각각 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그만큼 금융당국도 미국 대선 여파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시장에 '위험시그널'을 주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것"이라며 "통상 부위원장급이 주재하는 회의를 은 위원장이 주재하는 게 위험수위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사들도 해외이슈나 정치이벤트에 대비하기 위한 컨틴전시플랜이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혹시라도 모를 위기 상황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고, 컨틴전시플랜을 재점검하는 등 차질 없이 대비하고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면서도 상황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5일 기획재정부·금융위·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미국 대선 당선자 확정이 지연될 경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이미 마련된 시장안정조치를 적시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점검회의 주재…불복 조짐에 '퍼펙트 스톰' 우려


이미 미국 현지 금융권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뒤흔드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백악관 주인을 둘러싼 초유의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법정공방이 벌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누가 당선되느냐' 보다 대선 이후에도 한쪽에서 결과에 불복하는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금융시장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정치리스크에 민감한 세계 금융시장이 글로벌 최대 이슈인 미국 대선 결과와 예상치 못한 대혼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국내에 미칠 영향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신속한 선거 결과 확정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선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과 바이든 지지층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등 극심한 혼돈에 빠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내전 수준의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혼란이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 시장까지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과 환율‧채권시장 등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재된 불안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 않은데다 대선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공백에 따른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협상이 연내 타결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 역시 금융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키우고, 결국 국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선 직후 새출발의 '기대감'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선 불복이 있었던 2000년처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고, 시장이 기대하고 있던 대규모 부양책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라며 "어느쪽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할 경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불복 상황은 정쟁의 장기화와 추가 경기부양책의 지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라며 "미국 추가부양책 지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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