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협 "포스코 통큰결단 환영"…포스코 "사실무근, 원안대로 추진중" 해프닝
정치권 '거대기업 독점 타파' 프레임, 해운업계 '밥그릇 사수' 맞물렸나
한국선주협회가 사실 확인 없이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철회를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정계의 '뜬소문'을 선주협회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철강-해운업계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선주협회는 전날 오후 늦게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철회 환영'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최근 포스코그룹이 내부적으로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키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이번 설립 계획 철회는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양보한 통 큰 결단이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소식을 접한 포스코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날 포스코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계획을 철회한 적 없다"고 부인한 뒤,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은 원안대로 추진 중"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선주협회는 포스코의 자회사 계획 철회 사실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가 30분 만에 출처에서 이만희 의원을 제외한다고 정정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선주협회는 이날 현재까지도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정계와 해운업계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거대기업 독점 타파'라는 선악 프레임을 내세워 성과를 띄우는데 급급한 정계와 '밥그릇 사수'에 나선 선주협회의 드라이브로 이번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이 양측의 논의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유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해 전달하고 선주협회는 이를 곧바로 기정사실화 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사자인 포스코 그룹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는데 선주협회가 먼저 포스코의 입장을 대신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계획 철폐가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그룹 내 물류 업무를 통합한 자회사를 연내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분산 운영돼왔던 물류기능, 조직, 인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해운·물류업에 진출해 해운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며 자회사 설립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국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복태 포스코 물류통합 태스크포스 전무는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선 그으면서 "물류 자회사 설립은 철강 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라고 거듭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