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성사된 멕시코와의 평가전 허무한 역전패
수비 불안정, 손흥민·이강인 활용한 전술 테스트도 못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렵게 잡은 평가전은 아쉬움만 잔뜩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펼쳐진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2-3 역전패했다.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턴), 이르빙 로사노(나폴리) 등이 버틴 멕시코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1위의 강팀이다.
멕시코전을 하루 앞두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조현우를 비롯해 권창훈, 황인범, 이동준 등 4명의 선수에게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재검사에서 나상호(성남), 김문환(부산)까지 추가 양성반응이 나왔다.
한국-멕시코전은 킥오프 5시간까지 경기 진행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약 1년 만의 A매치 평가전이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멕시코/오스트리아축구협회와 논의 끝에 정상 개최했다. 우여곡절 끝에 평가전 강행했지만 실망만 돌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조현우 등 원정에 동행했던 선수들이 결장하긴 했지만, 전반 20분 만에 황의조와 손흥민이 선제골을 합작하며 1-0 리드를 잡았다. 수비라인은 빌드업과 방어에서 전반적으로 헐거웠지만 조현우 대신 나선 골키퍼 구성윤 선방으로 실점하지 않고 전반을 버텼다.
1-0 리드를 잡고 후반 중반을 맞이하던 벤투호의 수비는 결국 터졌다. 후반 21분부터 24분까지 4분 사이 내리 3골을 얻어맞았다. 이주용-권경원-원두재-김태환으로 구성한 수비라인에 미드필더 정우영까지 내려 5백을 구성했는데 역시 문제가 됐다.
후반 22분 권경원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볼은 피네다 크로스에 이어 히메니스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동점골을 얻어맞은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불과 2분 뒤 피네타에게 또 침투 패스를 허용했고 안투나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힌 가운데 후반 26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헤더 패스를 받은 살세노가 오른발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4분 만에 3골을 잃자 벤치에서 지켜보던 벤투 감독도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 들어 황희찬-이강인을 투입하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벤투 감독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후반 41분 이강인의 정교한 코너킥이 권경원 몸에 맞고 멕시코 골문으로 굴러들어갔지만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어렵게 잡은 평가전에서 벤투호는 3실점 후 분위기가 완전히 꺾이면서 손흥민-황의조-황희찬-이강인 등 유럽파를 활용한 공격 전술도 제대로 테스트하지 못했다. 뭔가 해보려 해도 수비라인에서 시작하는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전개가 되지 않았다.
원정 동행 전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김진수는 어쩔 수 없지만, 대표팀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중국 슈퍼리그)-김영권(일본 J리그)의 불참은 너무 아쉽다. 국가 이동 시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5일 이상 자가격리가 필요한 경우, 소속팀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FIFA의 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해당 소속팀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지만, 정상적인 수비라인을 갖추지 못한 채 멕시코전을 허무하게 망친 터라 괜스레 야속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참담한 수비로 역전패를 지켜본 벤투호가 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다. 어려운 조건인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오는 17일 카타르전에서도 같은 내용이라면 팬들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