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최고조 “철새 도래지 인근 산책·낚시 가지마세요”
방역당국, 아프리카돼지열병에 AI까지 장기전에 피로감 호소
야생조류 등 철새에서 최근 잇달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다.
현재까지 국내 농장에서 키우는 닭·오리 등 가금류에서는 AI가 발견되지 않아 한시름 놓으면서도 고병원성 AI가 전파력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기 때문에 방역에 철저를 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가축질병 위기단계를 주의단계로 설정하고 예방에 총력전을 가동 중이며, 국민들에게 전국의 철새도래지 주변지역의 산책이나 낚시 등을 자제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 야생조류에 이어 24일 철새 도래지인 경기도 용인시 청미천, 지난 10일 이천시 복하천과 17일 제주도 하도리, 25일에는 경남 창원시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등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잇따라 검출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AI 방역을 위해 기존 소독장비 외에 무인 방제헬기를 추가 투입하는 등 가용한 소독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
살수차 뿐 아니라 드론을 함께 띄우고 농협에서 보유한 무인 방제헬기도 추가로 투입해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된 주변일대에 소독을 실시했다.
지난달 환경부의 겨울철새 서식 현황조사 결과 전국에 176종 57만수의 철새가 도래했고 지난 9월 이후 러시아와 대만 ·베트남·일본 등 주변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지속 발생 중으로 언제든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제 방역조치를 취한 바 있다.
특히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철새 이동상황 모니터링 결과 9월 29일 러시아에 서식하던 큰고니가 우리나라로 남하해 11월 10일 주남저수지로 도착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소독을 강화 한 것이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주남저수지에 왔던 큰고니에서 고병원성 AI 항원 3건이 검출된 바 있다.
또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11월 25일 후쿠오카(福岡)현 육계 농장과 효고(兵庫)현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사환축이 발생해 현재까지 가금농장에서 발생 5건, 의사환축 5건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경남지역은 일본 후쿠오카현으로부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만큼 철새로부터 가금농장으로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 야생조류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된 곳이 경기, 충남에 이어 경남, 전남·북 등 남부지역도 철새도래지로부터 가금농장으로 오염원이 유입될 수 있는 전국적인 위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부지역(경기·강원·충청 등)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먼저 검출되고, 전남·전북, 경남·경북으로 점차 항원 검출지역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충북과 전북, 제주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무인 방제헬기 3대를 투입해 철새도래지 일대 중 방역차량이 미치지 않는 지점에 대한 소독을 보강할 계획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야생조류 항원 검출이 12월로 접어들면서 전남·북, 경남·북 등 남부지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남부지역의 지자체·농가들의 방역 대응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가축질병 사태에 방역당국은 긴장감과 함께 대책 마련과 대응, 보완 등 장기간 분주한 업무에 노출돼있다.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발생으로 양돈 농가 방역과 저지선 마련 등으로 2차 확산을 막았고 현재도 매개체인 야생멧돼지 소탕에 골몰하고 있다.
이를 이어 2018년 3월 17일 마지막 발생 이후 현재까지 발생이 없는 고병원성 AI 항원까지 지난달 야생조류에서 검출되면서 방어책과 차단 방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 또한 연일 대응 회의와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다.
현장은 현장대로 겨울 철새 유입시기에 접어들면서 야생 조류의 분변 채취와 포획 검사도 대폭 늘려 검사와 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도 26일 경남 창원시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와 양산시 소재 산란계 밀집사육단지를 찾아 철새도래지 방역과 산란계 밀집단지의 차량·사람 통제 및 소독 실시상황을 점검했다.
이 차관은 “야생조류로부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전국적으로 검출되고 있어 위험성이 최고조인 상황으로, 광역방제기·무인방제헬기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 해 철새도래지와 가금농장 주변을 일제히 소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