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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외면하는 개미에 ELS 발행 줄줄이 취소


입력 2020.12.02 05:00 수정 2020.12.01 13:5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신한금투·대신證 등 청약 미달로 ELS 발행 취소 잇달아…시장 위축 현실화

11월 ELS 발행액, 1달 새 25% 줄어든 2.7조원 그쳐…"추가 위축 대비해야"

개인 투자자의 ELS 시장 이탈이 심화되면서 발행이 취소되는 상품이 발생하고 있다. ⓒ픽사베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면서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해 발행이 취소되는 ELS 상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발행규제로 인한 ELS시장의 추가 위축이 예견된 만큼 증권업계에서도 규모가 아닌 상품 위주로 경쟁 방식을 변화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달 30일 청약을 마감한 'ELS19932호'의 발행이 취소됐다. 애초 모집 총액인 50억원에 못 미치는 6300만원(1.26%)의 금액만이 청약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이 같은 날 청약을 마감한 'BALANCE ELS 1836호'도 원래 모집 금액인 50억원에 미치지 못한 3000만원(0.60%)의 자금만이 유입돼 발행이 취소됐다. 이 ELS는 코스피200, 유로 스톡스50, S&P 50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이외에 지난 달 27일 청약이 종료된 DB금융투자의 'ELS2190호'는 30억원의 모집 총액 가운데 1140만원(0.38%) 만을 모으는데 그쳐 발행이 취소됐다. 미래에셋대우의 'ELS29375호' 역시 50억원의 모집 총액 가운데 1억4500만원(2.90%)만이 유입되면서 발행이 취소됐다. 심지어 하나금융투자가 지난 30일 청약을 마감한 'ELS11792호'는 15억원의 모집 총액을 한 푼도 채우지 못해 발행이 취소됐다.


ELS는 특정 지수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만기 시점 성과가 가입 당시보다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지급하는 증권 상품이다. 통상 ELS는 10~100억원 사이 규모로 발행된다. ELS를 만들 때 증권사들은 최저 청약 한도를 설정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발행이 취소된다.


최근 상품 발행이 취소되는 이유는 개인들이 ELS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상환규모가 확장되면서 ELS 시장이 정상화 됐음에도 투자심리가 쪼그라들었다는 점이 문제다. 중도상환은 ELS가 삼고 있는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에 다다를 경우, 만기보다 앞서 수익과 원금을 되돌려주는 거래를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올해 4월 1760억원에 그쳤던 ELS 중도상환 규모는 11월 5조9166억원으로 늘어났다. ELS 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1월 ELS발행액은 2조77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의 3조7353억원 대비 25.7%(9619억원) 감소한 규모다. 코스피가 2633.4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중도상환 규모가 정상화 됐음에도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데일리안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ELS 발행액에 제한을 두면서 향후 시장의 추가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자기자본 대비 원금비보장 ELS 잔액이 50%를 초과하는 부분에 가중치를 상향 적용한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찍어낸 ELS에서 대규모 추가 증거금 요구를 의미하는 마진콜이 발생해 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부상하자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증권사의 ELS 발행액을 자기자본 대비 50%보다 큰 경우에 부채금액 반영비율을 가중해 과다 발행 유인을 차단하면서 예상됐던 발행액 축소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향후 전체 잔고를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므로 상환액에 따라서 발행액을 줄이는 식으로 ELS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쇼크가 발생할 때마다 투자자 이탈이 심화되고, 금융상품 규제가 추가되는 등 시장 위축 요인이 다수 발생하다보니 증권업계에선 수익을 창출할 창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처럼 최저한도를 채우지 못해 발행이 취소되는데다, 발행액마저 당국 규제에 맞춰 줄이게 되면 향후 ELS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이익이 줄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진데다 지난 3월 ELS 시장이 크게 위축된 부분에 대한 학습효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내부에선 남아있는 투자자들의 대기자금을 두고 각 증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국 규제 안에서 확실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자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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