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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일부터 밤 9시 이후 불 끈다"…침통한 유통·외식업계


입력 2020.12.04 16:12 수정 2020.12.04 16:4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유통가 ‘착잡한 심정’…“집객 위한 마케팅 어렵고 매출 타격 불가피”

식당 등 자영업다 올해 마지막 대목도 다 포기할 판

노래방 등 업소 청천벽력…임대료, 대출이자 난감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벼야 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서울시가 5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일반 관리시설을 확장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유통·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 통금’으로 연말 특수 분위기는 물론 기대했던 매출 상승도 모두 포기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4일 오후 온라인 긴급브리핑을 통해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18일까지 2주 동안 2단계에서 한층 강화한 방역 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영화관과 PC방, 오락실, 독서실, 스터디카페, 놀이공원, 이·미용원, 마트, 백화점 등 일반 관리시설은 오후 9시 이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다만 시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300㎡ 미만의 소규모 편의점 운영과 음식점의 포장·배달은 허용했다.


텅 빈 대형마트 ⓒ독자제공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계는 착잡한 심정이다. 상반기 실적 부진을 회복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연말 대목이 간절한 상황이지만, 외출 자제 분위기가 확산될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방문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문제다.


특히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연말 할인 행사를 통해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겠다는 포부였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객을 위한 영업·마케팅도 어려워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형마트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온라인 시장에 밀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매장 내 객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연일 썰렁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입점 카페, 식당 등의 매출 타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들 매장의 경우 대부분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 피해규모는 더 큰 편이다.


지난달 2단계 상향 조치에도 저녁 12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돼 상황은 더욱 심각해 졌다. 조기 영업 중단에 신선식품이나 델리 등 상품 재고 손실 규모도 확대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매출 타격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한다”며 “슈퍼마켓은 영업이 가능할 것 같으니 그쪽으로 완화 조치가 시행될 때까지 오퍼레이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역시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른 유통업 대비 타격이 적거나 오히려 근거리 소비가 늘면서 수혜를 입기도 했지만, 학교 상권이나 관광지 등 특수 점포 매출에 타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특수상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이쪽은 아무래도 배달 수요도 적어서 매출도 크게 빠진다”며 “오피스 상권 역시 재택근무로 전환이 되면 도시락 등의 매출이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텅 빈 식당ⓒ연합뉴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외식업계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완화 조치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저녁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허용하면서 마진이 큰 저녁 주류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료가 높았던 지역의 경우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명동은 임대료가 비싼 1층에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가 크게 몰려있는데,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길어질수록 타격이 한층 더 클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그늘은 더하다. 배달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버티기'에 나섰지만 수수료 부담 등으로 수익성 반등은 요원한 데다, ‘모임 없는 연말’을 맞게 되면서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줄줄이 모임 예약이 취소되면서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노래방 등을 일부 유흥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막막한 상황이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배달이 가능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영업 시간에 또 한번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비는 고사하고 임대료, 대출이자 등이 가장 큰 고비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40대·여)씨는 “노래방은 음식처럼 배달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문 닫으라 하면 그 뒤로 살 길이 없다”며 “올해 장사는 이제 끝인데 재난지원금 같은 일시적인 지원 말고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이제는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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