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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향한 野 견제권 사라졌다…'현대판 게슈타포' 출현하나


입력 2020.12.08 14:07 수정 2020.12.08 14:35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민주당, 야당 강력 반발 불구 공수처법 개정안 단독·기습 처리

野 견제권 무력화…與 추천 공수처장 문제 있어도 견제 불가능

공수처, 수사권·기소권 독점에 검찰·경찰보다 '우선 수사권'도

나치 정권 비밀국가경찰 '게슈타포'의 현대판 탄생 우려 쏟아져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기립하여 찬성의사를 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국 정부여당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 야당이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권마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공수처법 최초 제정 당시 약속했던 야당의 견제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단독·기습으로 처리한 것이다. 나치 정권의 친위대로 불렸던 비밀국가경찰 '게슈타포'의 현대판이 대한민국에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범여권 소속의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날 오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던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던 와중 민주당 소속 백혜련 안건조정위원장이 기습적으로 통과시켜 '날치기 처리'라는 반발을 샀다.


이날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개정안에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는 현재 규정을 '추천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해 의결정족수를 5명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추천위원은 2명으로, 개정안의 통과와 함께 정부여당 측 추천위원들의 찬성만으로도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당초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에 보장되는 비토권(거부권)은 공수처 설립 움직임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한 반대 의견을 냈던 야당을 달래기 위한 정부여당의 카드였다. 정부여당 측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야당이 반대 의견을 내면 추천위를 통과할 수 없기에 어느 한 쪽 편에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인사를 뽑을 수 있다는 취지로 야당을 설득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줄곧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동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분노였지만, 이날 개정안의 통과로 명분을 잃은 채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개정안의 통과와 함께 바로 다음날인 9일 열리는 본회의서 표결에 부쳐 이 역시 단독으로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이 174석의 거대 의석을 활용해 강행한다면 야권으로서는 막을 방도가 전무한 상황이다.


라임·옵티머스, 월성 1호기 등 현 정권 연루 의혹 수사 무산 가능성
민주당 출신 금태섭 "지금 박근혜 정부였으면 우병우가 공수처장에
공수처가 정권의 사찰기관으로 변질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공수처법, 독재국가서도 유례 찾기 힘들어…文정부 어디로 가고 있나"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립해 찬성의사를 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제 우려의 시선은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공수처가 가져올 파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야권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하며 얻게 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고 있다.


심지어 '공수처법24조 2항'은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가 원할 경우 해당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에 '우선 수사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각종 사건들이 정부여당이 임명한 처장이 존재하는 공수처에 이첩될 경우 수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국회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공수처가 가진 이 같은 문제점들을 꾸준히 지적하며 소신 발언을 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개정안 통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제도의 변경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하려면 그 제도가 없던 시기에 대입해 보면 된다"며 "만약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다면 집권세력은 야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그런 사람들이 판사들과 검사들에 대한 수사권과 공소권을 휘두르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검찰을 정적 탄압에 동원하는 일이 생긴다면 도대체 어떤 견제장치가 있는가, 사찰기관으로 변질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나"라며 "판사, 검사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권력기관을 만들고 그 책임자를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은 독재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어디로 가는가"라고 규탄했다.


"정권 쪽 인사들 어떤 범죄혐의 있어도 수사할 기관 없어져
이런 식의 공수처는 정권의 시녀 역할 하게 될 가능성 농후"
"정권 잘못 파헤치는 판·검사에 대한 보복 수사 이뤄질 것"
국민의힘, 강경 투쟁 예고…"국민에 文정권·민주당 무도함 알릴 것"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회 성일종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입법 강행을 규탄하며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창선 정치평론가 또한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이 수사하던 정권 관련 사건들을 모두 가져갈 것이다. 정권 쪽 인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범죄혐의가 있어도 수사할 기관이 없게 되는 것"이라며 "검찰이라는 권력을 해체하면서 검찰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만드는 모순된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검찰은 식물로 만들고 공수처를 만드는 이유는 공수처가 정권이 통제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 평론가는 "이런 식의 공수처는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그런 공수처는 반대한다"며 "여야 어느 당의 입장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 명의 법무장관 임명만으로도 정권이 불편해하는 검찰총장에 대한 무력화와 반정권 인사에 대한 먼지떨이식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상 대통령과 여당이 세우다시피 하는 공수처장이 이끄는 공수처가 과연 어떤 행태를 보일지는 충분이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며 "권력형 비리와 부패를 은폐하고 최대한 수사를 무마하거나 지연시키는 한편, 야권 정치인이나 정권의 잘못을 파헤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보복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국민 불신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제1야당'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보에 맞서 국회 내 철야 농성 등 강경투쟁에 돌입했다.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반행)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300석 중 180석)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을 의결할 수 있는 탓에 실효성 여부엔 의문이 제기된다. 지도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서며 국민에 부당함을 알리는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를 만들어 자신들을 향한 사건들을 빼앗아 가고, 수사를 중단시키면 퇴임 이후가 안전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고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밝히고 처벌받야아 할 것"이라며 "우리가 이 무도함을 끝내 막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이 법들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알리기 위해 무슨 절차든 포기하지 않고 따지고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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