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펀드 內 주식 비중 3.41%로 뚝…주식형펀드 순유출액 1.4조원 달해
채권형펀드엔 5개월 새 6.7조원 순유입…"초단기·ESG 비중 더 늘어날 것"
국내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에 대한 간접 투자보다 주식시장에의 직접 투자를 더 선호하고 있어서다. 반면, 높아진 시장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의 자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형펀드로 쏠리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사들도 투자자들의 기호에 발을 맞추기 위해 채권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국내 펀드가 보유한 주식 비중은 3.41%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 4.67% 대비 1.26%포인트 낮아진 규모다. 지난 2005년 3월과 동일한 수치로, 역대 최저치다. 펀드가 편입한 국내주식 비중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11월 말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출금(해지)된 돈은 2조287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간 2조원이 넘는 돈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로 입금(설정)된 금액은 8974억원에 불과했다.
11월 한 달 동안 출금액에서 입금액을 뺀 주식형펀드 순유출금액은 1조390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6년 8월(1조8221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이에 지난달 말 주식형펀드의 총 설정액은 75조3267억원으로 지난해 말 87조7092억원 대비 14.1%(12조3825억원) 감소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2조원이 넘는 돈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이처럼 국내 주식형펀드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주식시장 때문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700포인트를 넘어 역대 최고점인 2745.44포인트(12월7일 마감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직접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개인들은 코스피를 7783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투자를 늘려왔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 직접투자 시장으로는 2분기 이후 자금 유입이 지속된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액티브일반유형, 중소형유형, 배당유형 등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형 펀드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자금 유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채권형펀드 자산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부담된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형 펀드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형펀드는 국고채,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실제로 11월 한 달 동안 국내 채권형펀드로 순유입된 금액은 1조208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간을 지난 7월로 늘리면 채권형펀드에는 최근 5개월 동안 6조720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에 펀드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11월 말 펀드에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9.02%로 집계됐다. 9월 말(8.82%)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규모이며, 올해 7월(9.0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초단기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 초단기채권은 기업어음이나 전자단기사채 등 만기가 3개월 이내로 짧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초단기채권에 1조1906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투자신탁(채권) Class C'에만 358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채권형펀드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1월 말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ESG 채권은 총 46조원으로 지난해 전체 25조7000억원보다 55.6%(14조3000억원) 급증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지속가능ESG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 펀드는 주로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주목받는 상품인데 최근에는 지속된 저금리상황에서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채권형 펀드로 몰린 것"이라며 "당장 극적인 수준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지는 않을 테지만 펀드 설정이나 운용 과정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ESG 채권이나 CP, 전단채 위주의 초단기채권 비중에 무게를 더 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