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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투쟁은 지양해야"…공수처 이후 대여전략 고심하는 국민의힘


입력 2020.12.11 15:01 수정 2020.12.11 15:03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합법적 투쟁으론 무력한 野, '대국민 여론전'에 집중

필리버스터 통한 대국민 메시지·법적 투쟁 병행 방침

'의원직 총사퇴'·'장외투쟁' 강경 의견도 일각서 제기

선 긋는 기류 "실현가능성 적어…위기일수록 차분해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국민의힘은 차후 대여 투쟁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국민의힘이 기댈 것은 ‘대국민 여론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에 보장된 합법적 방식으로는 거대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행보를 제어할 수 없는 현 국회의 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탓이다. 단, 장외투쟁 등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극단적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기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현재 본회의장에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당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인 전원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처절함과 진정성이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와닿기를 간절히 고대한다"며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은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의 힘만을 믿고 따르며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당초 방침과 달리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를 하지 않기로 한 뒤, '맞불 필리버스터'에 나서자 여당이 깔아준 판에 들어가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진정성 있는 호소를 통해 국민의 여론을 움직인다는 복안이다.


돌연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나선 민주당의 행보가 '입법 폭주' 프레임에 대한 부담과 흔들리는 지지율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보고, 대국민 메시지를 생산하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울러 공수처법 자체에 대한 위헌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해 놓은 만큼,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단을 촉구하며 법적 투쟁도 겸비한다는 계획이다.


허청회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재의 위헌여부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정부여당은 공수처의 연내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헌정파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나라꼴이 엉망이 될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헌재의 공정하고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도 공수처법의 영향을 받는 만큼 결정을 더 늦추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전 합법적 절차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 독재의 부당함을 국민에 알리고 마지막까지 투쟁하겠다는 약속을 드린 바 있다"며 "당력을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이주환 의원 등 초선의원들이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토론에 초선의원 전원이 참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극단적 방식의 투쟁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앞서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아울러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날 원외 보수 강경 세력으로 평가받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과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자 이들과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광화문 등지로 나가 장외투쟁을 개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현실 인식과 처방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조기 퇴진, 폭정 종식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없는 것으로 안다.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들을 잘 찾아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의 행보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연석회의에서 발족한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결국 연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는 "당은 당의 할 일이 따로 있고 외곽의 시민단체는 시민단체 나름대로의 일이 따로 있다"며 "그것을 혼동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조수진 의원 또한 "국회는 최고의 대여투쟁의 장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를 포기해선 안 되며 현실이 여의치 않다 해도 대여투쟁은 반드시 원내외에서 병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원 총사퇴같은 이야기를 쉽게 꺼내서도 안 된다. 누구 좋으라고, 상대가 누군가"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없애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여당 2중대가 야당이라는 사람 아닌가. (의원 총사퇴를 통해) 보궐선거를 하자고 하면 환호작약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실현가능성이 적은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않는 것은 정치 쇄신의 출발점이다. 위기일수록 차분해지자"고 당부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주 원내대표가 태극기 보수들과 연석회의를 가지고 그들과 손잡는 공동대표까지 맡은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의 승부는 모두 중도층의 선택에 달려있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과감한 변화를 해도 모자를 판에 극우와 연대하는 모습은 중도층을 쫓아내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 당 밖의 제반세력과 특별한 단체 행동을 계획한 적도, 구상할 계획도 없다"며 "문재인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실정에 맞서 범보수진영이 뜻을 같이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함께 하는 것이며, 당의 행보가 급격하게 변화하거나 한 쪽으로 치우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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