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판정 받고도 병상 대기 인원 580명 달해
수도권 중환자 병상 8개뿐… 비수도권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확진자 자택 대기 길어지면서 가족 간 전파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병상과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수도권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인원은 580명에 달한다. 연일 수도권에서 수백명대 코로나 신규 환자가 늘어나면서 가용병상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전국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수는 1만795명이다.
급기야 지난 11일엔 경기도의 코로나 확진자 6명이 300km가량 떨어진 전남 목포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경기도에서 중환자 등이 서울이나 인천으로 이송된 적은 있지만, 비수도권 병원으로 보내진 건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총 48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85명으로, 전날(179명)보다 6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이달 들어 일별로 97명→101명→117명→116명→121명→125명→126명→134명→149명→172명→169명→179명→179명→185명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시는 부랴부랴 임시 컨테이너까지 설치해 일반 격리병상을 마련했다. 지난 2~3월 대구에서 등장한 지 10개월 만이다. 컨테이너 한 개에 경증~중경증 환자 2~3명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루 1000명 육박 확진자… 병상 없다 소식에 시민들 '공포감'
병상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확진자가 1000명을 왔다갔다 하는 것도 불안한데 확진 판정을 받아도 집에서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막막하다"면서 "서울에 컨테이너 병상까지 차려지는 걸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모(39)씨는 "등교를 못 시키고 화상수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학업에 뒤처질까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상황"이라며 "아프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병상이 하루 빨리 충분히 확보됐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고질병 된 병상부족 문제…민간병원 병상 확보 서둘러야
정부는 수도권에서 매일 20일간 1000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매일 500명이 격리해제된다고 가정할 경우, 1만명의 신규 병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병상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남아 있는 병상을 포함해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300개, 중등도 환자를 위한 병상 2700개,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병상 700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코로나19 환자 만을 전담 치료하는 거점 전담병원을 신규 지정하고,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도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우선 공공병원의 환자를 모두 전원하는 등 병상을 총동원하고, 단계적으로 민간영역까지 확대해 2700병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공공병상 뿐 아니라 민간병상을 하루빨리 동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대구 1차 유행 당시 대구 시내 대형·종합병원 병상이 일반 병동은 4분의 3, 중환자실은 절반 가까이 비어있었음에도 병상 부족 문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환자 전담병상을 민간병원에서 늘리게 되면 일반 응급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병상이 줄어들어 응급 상황에서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려면 기존 병원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기존 환자를 이송하고 시설을 완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면서 "이미 한 발 늦었지만, 민간병원 병상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