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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의 가치②] PD·배우들 “‘드라마스페셜’ 10주년이 갖는 의미”


입력 2020.12.17 07:57 수정 2020.12.17 07: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스카이캐슬’ 유현미·‘동백꽃필 무렵’ 임상춘 등도 ‘드라마스페셜’로 데뷔

이준기·박보검·박소담·조여정 등 내로라라는 배우들도 KBS 단막극 거쳐

김형묵 “단막극, 영화·드라마의 장점만 압축해 놓은 작품들”

ⓒKBS

단막극의 지속은, 작품 하나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토대이자, 한류 콘텐츠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단막극이 ‘드라마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건준 KBS 드라마센터장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등 많은 작가가 ‘드라마 스페셜’로 데뷔했고, 많은 연출가들이 이를 통해 역량을 키웠고,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도 해왔다”면서 “단막극은 재능 있는 연기자, 작가를 발굴하고, 방송사 연출자들이 역량을 강화하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토대이자 한류 콘텐츠의 뿌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 중 KBS 단막극을 통해 데뷔한 이들이 많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인 JTBC ‘SKY캐슬’과 KBS ‘각시탈’ 등을 쓴 유현미 작가가 대표적이다. 유 작가도 2001년 KBS 극본 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인 ‘오후 3시의 사랑’을 비롯한 20여 편의 단막극을 집필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KBS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SBS ‘녹두꽃’ 정현민 작가, KBS ‘비밀’ 유보라 작가도 KBS 단막극으로 데뷔했다. 또 KBS ‘태양의 후예’를 연출한 유종선 PD도 ‘드라마 스페셜’로 대중에 처음 인사했다.


단막극은 드라마 PD들에게 신인 작가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형식이나 소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 단막극의 가장 큰 강점이다. 때문에 상업성 짙은 드라마 산업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인 작가들에게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2020 드라마 스페셜’의 첫 방영작인 ‘모단걸’의 연출자 홍은미 PD는 “입사했을 때 ‘드라마 스페셜’ 조연출로 처음 시작했다. 20주년은 더 성대하게 할 수 있도록 발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단막극이 있어야 중·장편이 나오고, 대하드라마도 나온다. 작가주의 작품을 다룰 수도 있지만 영글지 않은 작가와 배우들이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크레바스’의 유관모 PD 역시 “드라마스페셜은 어떻게 보면 KBS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단지 신인 연출의 등용문이 아니라, 신인 배우, 신인 작가, 그리고 신인 스태프까지 세컨드를 하셨던 분이 퍼스트가 되고, 또 퍼스트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모든 식구들의 등용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꽃피고 정립되는 굉장히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상업성 짙은 드라마 산업에서 꼭 지켜야 할 보석 같은 존재”라고 자부했다.


ⓒKBS

‘일의 기쁨과 슬픔’의 최상열 PD는 단막극의 뼈아픈 현실을 되짚기도 했다. 그는 “되새겨보면 ‘드라마스페셜’이라는 것이 매년 방송 유지를 두고 내부와 외부의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다”면서도 “그걸 10년이 되도록 지켜온 분들이 대단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단막극이 갖는 의미라고 한다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는 저한테도 연출할 기회를 주는 게 드라마스페셜이다. 드라마계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다. 실패를 해도 일어설 수 있고 도전해볼 수 있는 장이고 단막극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단막극은 배우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걸출한 스타 PD들의 등용문인 동시에,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실제 단막극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로는 이준기, 하지원, 공효진, 박보검, 박신혜, 박소담, 조여정, 최수종, 손현주 등이 KBS 단막극을 거쳐 갔고, 이선균과 김윤석 역시 주연급 배우가 되기 전, 단막극을 통해 연기력을 다져왔다.


배우 진지희는 “중·장편과 다르게 완성된 대본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 수 있고, 캐릭터의 감정선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배우 김형묵은 “단막극은 영화, 드라마 등의 장점만 압축해 모아놓은 드라마다. 단막엔 그런 매력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TV문학관’을 보고 자랐는데 출연하는 사람에게도 의미를 많이 찾을 수 있지만 보시는 분들도 찾아서 몇 번 보다 보면 한 시간에 압축돼 한 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처럼 만날 수 있는 게 단막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신인 배우에겐 등용문이지만, 중견 배우에겐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한다. 손숙은 “(대본을 보고) 굉장히 따뜻하고 마음이 편안했다. 사실 치매 할머니 역을 많이 해봤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아니라 우정을 다루고 있다. 단막극이라는 것 자체도 매력이었다. KBS가 가장 잘하는 것이 단막극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막극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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