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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젊은 날의 사랑과 회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입력 2020.12.24 09:30 수정 2020.12.24 09:32        데스크 (desk@dailian.co.kr)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입니까. 인생에 큰 영향을 주거나 또는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를 인생영화라고 하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2003년 일본에서 개봉해 화제를 낳았고 이듬해 국내에서도 개봉했지만 당시에는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젊은 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면서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생영화로 자리매김 했다. 최근 리메이크 된 한국영화 ‘조제’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면서 원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작에 대한 향수 때문에 코로나를 뚫고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작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쓰마부키 사토시 분)가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할머니와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성인이 된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를 유모차에 싣고 다닌다. 첫 만남 이후 조제와 츠네오는 친구에서 점점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지만 결국 이들은 사랑의 끝을 예감하고 담담하게 이별을 맞는다.


영화는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젊은 날의 사랑과 회한을 기억하게 한다. 개봉한지 17년 된 영화임에도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츠네오와 조제는 사랑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코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게 참 얄궂게도 유효 기간이 있어 콩깍지가 벗겨지면 상대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랑할 때는 모든 역경을 해쳐나갈 것 같지만 그 감정에서 조금 빗겨나가면 현실과 타협한다. 영화에서 츠네오는 조제가 지닌 신체적 장애 때문에 삶에서 소중했던 존재를 도망치듯이 남기고 떠났지만 우리 또한 한때 넘기 힘든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포기했던 때가 있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것도 느끼게 한다. 츠네오는 조제를 만남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깨달는다. 또한 사랑의 힘은 위대하여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공존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조제를 세상 속으로 편입할 수 있게 만든다. 사랑이 끝났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또 다른 사랑을 지속케 하는 힘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장애인과의 사랑이야기가 많이 들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보는 시선도 많다. 사실 몸이 성치 않다고 더 특별하게 보살펴야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오히려 장애인들은 때로는 무관심하게 지켜보기를 원한다. 보호하는 의미에서 장애를 숨기고 교류도 차단하며 과잉보호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장애인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편견으로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내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많이 개선했다. 하지만 아직도 잘못된 편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모두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지적하면서 주인공 츠네오와 조제의 사랑을 통해 이들의 사랑이 장애인과의 사랑이 아니라 같은 인간과의 사랑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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