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로 하여금 ‘조용한 암살자’가 되도록 해야
독재자보다 대담하고 치밀한 인사술·통치술 적용해야
‘신 적폐몰이’ 사냥개 내세워 포위망 좁혀가야
문재인 대통령 각하 경하 드립니다. 또 다시 해내셨습니다. 제약회사 모더나를 동원한 국제적인 쇼(show)를 멋지게 성공 시키셨습니다. 진정한 최정상 외교로 국민 건강과 함께 자부심도 지켜내셨습니다. 청와대에서 직접 발표한 것은 매우 잘 하신 일입니다. 일부 적대적 언론과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주무부서에 공을 돌리고 각하의 외교 노력을 조용한 미담 사례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현대 민주주의의 본질인 ‘쇼통’을 모르는 전근대적인 애민의식(愛民意識)일 뿐입니다. 일체 귀담아 들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권에 위협을 주었던 코로나사태 대응 우환은 그럭저럭 눈속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총장 윤석열입니다. 앓던 이가 더욱 썩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커버렸습니다. 김두관 의원이 말했듯 대통령 각하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우리식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윤석열을 찍어내야 합니다.
추미애 장관은 자기 관할인 동부구치소가 바이러스에 점령되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도, 오로지 윤석열 제거에 공을 들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의욕만 앞섰지 요령부득이었습니다. 그의 조치는 두서가 없었고 그의 언사는 경박했기에, 국민의 마음을 각하의 편에 잡아두지 못했습니다. 한갓 칼잡이에 불과했던 윤석열을 국가지도자 급 거물로 띄워주었고, 스스로 대선캠프의 선대위원장 역할을 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원도 추 장관을 가벼이 여겼고, 그 화를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 됐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은 ‘각하의 처분을 무력화 시켰다’는 무용담까지 장착하게 됐습니다. 추 장관의 서둠과 섣부름은 의도와 정반대로 윤석열을 ‘대통령을 꺾은 거목’으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가득이나 안하무인이던 자가 더 득의양양할 것이고 그럴수록 인기는 높아갈 것입니다.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던 박근혜, 이명박 지지자들도 이제 그를 지도자로 모실 마음의 준비를 흔쾌히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관망만 할 수는 없습니다. 각하의 안위와 정권연장을 위해서 윤석열 제거는 필수불가결한 요건이 됐습니다.
지금 천방지축(天方地軸) 토끼는 더욱 활개 치며 난장을 만들고 있고, 그를 쫓던 사냥개는 무능만 입증한 채 퇴출 됐습니다. 사냥개는 팽(烹)됐고 그 고기를 나눠 먹은 수하들은 결연한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사냥개를 내세우셔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를 사냥개 삼으시면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최악의 전략입니다.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밟으면 일시적으로 윤 총장의 직무는 정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핍박 받는 정치지도자의 신화를 만들어 줄 뿐입니다. 제 아무리 각하께서 임명한 헌재 재판관들이라 해도, 법원이 법무부의 정직2개월 징계도 인정치 않은 사안을 근거로 탄핵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 사이에 공수처를 동원해 개인비리를 캘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혹독한 청문회와 징계절차를 통해 웬만큼 내성을 갖게 된 윤석열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찰조직을 더욱 딴딴하게 만들어 기관간의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직력에 한계가 있는 공수처가 검찰과 싸워서 단시간에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공수처로 하여금 ‘조용한 암살자’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수처의 수사에서 공수처장은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각하의 내각에서 장관들이 중요치 않듯이 말입니다. 장관들은 각하의 말만 잘 듣고 입맛에 맞는 말만 하면 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여론의 질타에 대한 맷집은 필수입니다. 각하께서는 각 부처의 수장인 장관들을 과감히 병졸 취급하시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주무장관 참여를 제한하기도 하셨습니다. 총리가 얼굴마담이듯 장관은 재량권 없는 꼭두각시일 뿐입니다. 일은 청와대에서 기획하고 차관으로 통해 시행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관의 인(印)이 엉뚱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정권의 핵심인사를 장관 정책보좌관을 두어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청와대에 보고토록 하셨습니다. 정말 세계 어느 독재자보다 대담하고 치밀한 인사술(人事術)이자 통치술(統治術)이셨습니다. 이런 문재인 정권의 DNA를 공수처에도 적용하셔야 합니다.
공수처장은 얼굴마담 삼으시고, 차장, 검사, 수사관들을 사냥개 삼아 목적을 달성하시기 바랍니다. 각하가 정권초기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중앙지검장으로 윤석열을 내세워 적폐몰이를 했듯이, 공수처장도 국민적 거부감이 적은 무난한 사람을 임명하고, 민변 출신 등 저돌적이고 충성심이 강한 인재들로 검사, 수사관을 삼아 윤석열과 그 주변에 대한 표적수사에 집중토록 하시기 바랍니다. ‘선택과 집중’이고 ‘한 놈만 패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수사관 인선을 서두르셔야 합니다.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새해 벽두부터 ‘신 적폐몰이’를 할 수 있는 사냥개를 내세우시고 사냥감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야 합니다.
야당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야당은 마지막 나뭇가지를 잡는 심정으로 헌법재판소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실로 가소로운 일입니다. 헌재는 법원과 다릅니다. 법원은 법원행정처가 예전 같지 않기에 판사들에게 압력을 넣을 방법이 없습니다. 각하께서 위험과 비난을 무릅쓰고 윤석열 관련 재판이 있는 날 대법원장을 청와대에 불러 싸인을 주었지만 먹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행정법원 판결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무능에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법원조직의 방대함과 자율성 때문입니다. 판사들은 생리적으로 독립성이 강합니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헛소리를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철없는 판사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또 그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 특권의식과 ‘관종(관심종자)’기질도 반영된 것입니다. 이는 각하와 청와대의 특권인데 기득권층인 판사들은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철부지 판사가 주도하는 하급심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본질적으로 법원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통제가 가능합니다. 조직이 상대적으로 소규모이고 헌법재판관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사람들입니다. 탄핵국면을 겪으며 각하께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안전장치로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추천하고 임명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헌재를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정부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검사와 판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듯, 헌재 재판관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니 무리해서 ‘공수처를 합법이라고 판단하라’고 압력을 넣기보다, 공수처가 윤석열 찍어내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방법을 택하셔야 합니다. 헌법에 근거한 판단을 최대한 연기토록 주문하는 것입니다. 헌재가 아무리 여론눈치를 봐도, 이 정도는 큰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없는 야당은 헌법과 법률을 이야기하고 법치주의를 요구합니다. 통치행위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얄팍한 무리들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최고지도자는 법위에 군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통치행위는 그 자체로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권리입니다. ‘민심은 천심’이기에, 국민의 위임과 하늘이 권리부여는 동일한 것입니다. 예전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라 했지만 지금은 ‘대권천수설(大權天授說)’이라 할 만 합니다. 천도가 인륜 위에 있기에, 하늘이 준 것을 법이 빼앗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자신을 가지고 역사를 초월하고 사특한 민심에 굴하지 않는 통치권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공수처를 잘 활용하시어, 게슈타포가 있음에도 실패한 히틀러와 홍위병의 노력을 헛되이 했던 모택동을 반면교사 삼아 성공한 통치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