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코파델레이 2라운드 선제골 '시즌 1호'
그라시아 감독 "비주전 선수들 활약 놀랍다"
이강인 골을 지켜본 하비 그라시아 감독도 모처럼 흡족한 반응을 나타냈다.
발렌시아는 8일 오전 3시(한국시각) 스페인 라 콘스티투시온 경기장서 펼쳐진 ‘2020-21 코파 델 레이(국왕컵)’ 2라운드 예클라노 데포르티보(3부리그)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주전들을 대거 제외하고 로테이션을 가동한 가운데 이강인은 2선 중앙에 배치했다. 하부리그 팀과의 대결이지만 모처럼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맹활약했다. 킥오프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은 전반 7분 박스에서 마누 바례호의 패스를 받아 왼발 아닌 오른발 강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7월 프리메라리가 레알 바야돌리드전 골 이후 6개월 만이다. 2020-21시즌 첫 번째 골이자 코파 델 레이 통산 1호골.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출전시간 불만을 토로하며 이적을 꾀하고 있는 이강인은 시원한 골로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렸다. 지칠 대로 지쳐있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골이다.
전반 34분에는 소브리노 골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이후에도 정교한 장거리 패스와 탈압박 후 전진 드리블로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후반 16분 교체 아웃 전까지 경기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이강인은 이날 경기 최고의 선수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발렌시아 구단도 공식 채널을 통해 이강인을 MOM으로 지목했다.
프리메라리가에서 강등권으로 추락해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그라시아 감독도 모처럼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라시아 감독은 경기 후 발렌시아 공식 채널을 통해 “이날의 승리를 발판으로 앞으로도 이기겠다”고 의욕을 보이면서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은 없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은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열정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강인도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 중 하나다. 프리시즌 막시 고메즈와 조합을 이뤄 공격 주축이 되는 듯했던 이강인은 시즌 초반 어시스트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팀 내 ‘파벌’ 문제가 불거진 시점부터 이강인은 다시 비주전이 됐다.
이후 이강인은 제약이 있는 출전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적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과 같은 패턴이다. 현지 언론들은 팀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는 그라시아 감독 용병술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난 20일 ‘2020-2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4라운드 FC바르셀로나 원정 이후에는 이강인과의 불화설에도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돌아온 이강인은 2-2 맞선 후반 45분 체리세프 대신 교체 투입, 4분도 채 뛰지 못했다. 한 달 만에 명단에 포함됐지만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큰 의미 없는 교체 카드로 이강인을 썼다. 이강인은 경기 후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불화설이 불거졌다.
물론 그라시아 감독은 “불화는 없다. 이강인은 소중한 자원이다. 기회도 많이 줬다”고 말했지만 이강인은 시즌 내내 출전시간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
올 시즌 이강인은 팀이 치른 프리메라리가 18경기 중 10경기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풀타임 소화가 없다. 6경기 선발 4경기 교체로 나섰지만, 출전시간은 446분에 그친다. 경기당 45분을 채 뛰지 못했다.
어찌됐든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고 MOM까지 선정된 이강인은 가치를 한껏 드러냈다. 그라시아 감독이 오는 11일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 레알 바야돌리드전에서 이강인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