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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구 "경선, '미스터트롯' 아닌 '가요무대' 되고 있다"


입력 2021.01.12 07:00 수정 2021.01.12 11:1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자 데일리안 인터뷰

"오세훈, 대표인양 조건부 출마선언 어불성설

안철수, 이희호·김동길 오가며 '좌우 코스프레'

국민의힘에 들어와 시민들 설득할 것을 제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이 경쟁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을 향해 작심 비판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가 모호한 정체성을 간직한 채 꼬리로 몸통을 흔들려 하고 있는데, 오세훈 전 시장이 마치 이미 국민의힘의 대표주자인양 그런 안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아울러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서울의 집값·세금 문제를 해결할 '경제시장'을 뽑아야 하는데 선거판이 '정치선거'로 흐르고 있다며, 지도부가 공언한대로 참신한 인물을 발굴하는 '미스터트롯'이 아니라 흘러간 인물들이 다시 나오는 '가요무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은 11일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했는데, 판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미스터트롯이 아니라 가요무대 같다"며 "이미 10년 전에 박원순 씨에게 시장을 내줘서 '잃어버린 10년'이 돼버렸는데 이제 와서 뭘 결자해지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종구 전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을 조준해 "출마선언을 할 때 마치 이미 국민의힘 대표주자가 된 것처럼 '안철수 대표가 들어오면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난 10년간 열 차례 공개 사과했으니까 됐다는데, 그런 논리라면 당을 망쳐놓았어도 사과만 하면 되느냐. 반성하며 이번에는 출마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질타했다.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서는 "2016년에는 좌파 성향의 표가 필요하니 새해 벽두부터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서 지지를 요청하더니, 올해는 김동길 씨를 찾아가서 우파의 영향력을 탐내고 있다"며 "중도라는 것은 치우치지 않는 바른 균형인데, 이분은 뚜렷한 철학이 없이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가 코스프레를 하는 '코스프레 정치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구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어떻게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만은 나라를 위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물밑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3자 단일화'를 추진했던 핵심 인사였다. 이 전 의원은 당시의 일을 돌이켜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그 당시에 단일화를 하려고 손학규·장병완·이상돈 등 그쪽에 있던 분들을 다 만났는데, 그분들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단일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더라"며 "1987년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돌팔매를 맞을 것'이라던 김영삼·김대중 단일화도 결국 안되지 않았느냐"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내게 '도와는 주겠다. 그러나 하여튼 뭉쳐라. 문재인이에게 한 방 먹이라'고 하신다"며 "그게 국민의 뜻이라 나 역시 (단일 후보 무산이) 제일 걱정되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와 자신의 정체성 등을 놓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좋다는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도 결을 같이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안철수 대표를 상대로 통합을 걸고 '조건부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밖의 안 대표에게 끌려가는 모습에 화를 낸 사실이 데일리안을 통해 단독 보도된 바 있다.


이종구 전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도 그간 문재인정권과 싸워왔으며, 집값·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후보들이 많다"며 "김종인 위원장의 질타가 아주 맞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탈원전 감사청구로 '나비효과' 불러온 당사자
"내가 감사청구 안했더라면 완전히 묻혔을 뻔
석연찮아 감사청구했더니 은폐·조작 나왔다
탈원전, 아직도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서 적격 요건 중의 하나는 문재인정권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점일 것이다.


지난 한해 우리 사회는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시도로 홍역을 앓았다.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심각한 불법행위 의혹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이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집권 세력이 '검찰장악'과 '윤석열 찍어내기'에 나섰던 것이다. 이 모든 '나비 효과'를 초래한 방아쇠를 당긴 인물, 탈원전 정책을 감사해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했던 사람이 바로 이종구 전 의원이다.


이종구 전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장 시절 탈원전 정책을 감사원에 감사청구했던 사실을 가리켜 "내가 감사청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것은 완전히 묻힐 뻔했던 사건"이라며 "월성 1호기를 폐기한다는데 석연치 않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감사청구를) 했더니, 산업부 공무원들이 자료를 은폐하고 조작한 것들이 나왔다"고 뿌듯해 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도 미세먼지 얘기가 나왔지만, 미세먼지가 굉장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원전이야말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며 "많은 나라들이 원전에 관심이 깊어지고 있는데 원전을 수출해야할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IMF 구조조정 실무총책임 맡았던 '경제전문가'
문대통령 '주가 3000 시대' 자화자찬에 쓴소리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금융정책국장 경험
으로 보면 지금이 굉장히 조심해야할 타이밍"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탈원전 감사·수사의 방아쇠를 당겨 '윤석열 찍어내기' 정국을 촉발해 현 정권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알린 게 투쟁 기여도라면, 이 전 의원의 본선 경쟁력으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17회에 합격한 이래 재정경제부에서 오래 근무한 경제전문가라는 점과, 이중재 전 신민당 부총재의 아들로 전남 보성이 '뿌리'라 서울에 많은 호남 출향민들에게 표심 호소력이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5년차 신년사에서 '주가 3000 시대'를 자화자찬했다. 이종구 전 의원은 이를 듣자 "증권시장이란 실물경제 중에서도 상장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실적이 반영되는 것으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 등 서민경제의 상황과는 다르다"며 "(주가 3000은) 상장기업들 중에서도 몇몇 기업이 괜찮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슬몃 웃었다.


그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부친 조지프 케네디의 일화를 소개했다. 월가의 저명 투자자였던 조지프 케네디는 1929년 어느날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이 때, 구두닦이 소년이 '큰손'으로 보이는 그에게 "나도 있는 돈을 전부 털어 주식을 사고 싶다"며 '투자 팁'을 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조지프 케네디는 거래소로 가서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 대공황 직전의 일로, 이로 인해 케네디 가문의 재산이 지켜졌다는 일화다.


이 일화를 소개한 이종구 전 의원은 "주식이라는 것은 다들 주식이 좋다, 좋다 할 때 굉장히 주의해야 한다"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이야기가 그런 의미다. 옛날 금융정책국장 할 때의 경험으로 볼 때, 굉장히 조심해야할 타이밍이라는 말씀을 시민들께 드린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자 금융정책국장으로 임명돼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68조 원 공적자금으로 은행과 기업 구조조정의 실무총책임자를 맡았다. 지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IMF보다 더 어렵다는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자로서 이 전 의원은 여권에서 무차별 살포를 주장하는 재난지원금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은 서울시 재난 지원 예산을 두 배로 증액하겠다는 점과, 12억 원 이하 1주택자인 서울시민에 대한 재산세를 반감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약속했다.


이중재 부총재 아들…'호남 뿌리' 확장성 있어
"서울의 '미친 집값' 잡고 '세금 폭탄' 제거하는
'경제시장' 되려 했는데 '정치선거' 돼서 걱정
현명한 시민들께서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종구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외의 중점 공약으로는 이번 보궐선거의 핵심 쟁점인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서울보증재단을 통해 LTV 규제를 보완해 신혼부부가 저가에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종구 전 의원은 "시가 대비 담보대출이 현재는 LTV 때문에 4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보증재단을 통해서 40%를 보완, 80%까지 보증을 해서 3억 원짜리 집을 6000만 원만 가지고 있으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결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경기도로 나가는 분들이 많은데, 6000만 원만 있으면 15평짜리 작지만 단단하고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린벨트를 일부 풀되 그곳에 아주 팬시(Fancy)한, 15평 정도로 작지만 단단하고 좋은 아파트를 공급해 신혼부부와 아이 하나를 데리고 사는 부부들에게 공급하자는 생각"이라며 "임대주택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되고 공급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호남 출향민에 대한 표심 호소력과 관련해서는 "호남 분들이 서울에 35~40% 계시다고 한다"며 "우리 어른(이중재 전 신민당 부총재)의 경우에는 민주화 투쟁과 정치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호남에서 올라온 분들의 주례를 선다든지 취직을 위해 애쓰는 등 많은 일들을 해오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 또한 18대 국회 들어 호남이 야당이 됐을 때, 고흥과 보성 등지에 다리를 놓고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일들에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이제 와서 자랑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의 뒤를 이어 호남 분들의 자그마한 민원에 애써온 것을 호남 분들께서도 조금은 인정을 해주시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제전문가'인데다 보수정당의 취약 지역인 호남 출신의 전직 3선 의원으로 주변의 권유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단했지만, 지난달 13일 출마선언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흐름이 요동치면서 이 전 의원의 심경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종구 전 의원은 "보궐선거로 당선될 시장의 임기 1년은 박원순이 저질러놓은 것을 수습해야할 1년"이라며 "1년짜리인데 너무 정치에 경도된 시장은 바람직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도 시민들이 정권심판론보다는 서울이 당면한 집값·세금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시장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 아니냐"며 "선거판이 이상하게 돼서 완전히 정치로 흐르는 게 안타깝고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나는 '미친 집값'을 잡고 '세금폭탄'을 제거하는 경제시장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시장이 아니라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나와야할 흐름이 어긋나는 것 같아 걱정인데, 현명한 시민들께서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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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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