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쟝센단편영화제, 2002년 출범…나홍진·조성희·이상근·윤종빈 등 발굴
미쟝센·인디다큐페스티벌 "영화제 근본적 변화와 역할 고민"
"미쟝센단편영화제도 없어지는데, 다른 영화제라고 괜찮겠나"
20주년을 맞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올해 열리지 않는 소식을 접한 박윤진 감독의 반응이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13일 "올해 경쟁 부문의 공모는 없으며 20주년을 기념하는 간단한 프로그램만으로 치러질 예정이다"라고 영화제 형식의 페스티벌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영화제 개최와 사무국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0회 행사를 끝낸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은 "팬데믹 상황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는 물적 기반과 새로운 동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중단 이유를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극장 매출 추산액은 전년도 동월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 대비 71.2%(↓1조 2294억 원) 감소한 4980억 원이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극장과 영화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와 관객의 OTT 이동, 영화제를 지원하는 스폰서의 경제 사정이 독립영화계에도 한파를 가져왔다.
국내에서 가장 큰 단편영화제이자신인 감독의 등용문이라 불렸던 미쟝센영화제의 종료 소식은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미쟝센 영화제는 2002년 출범해 '곡성'의 나홍진, '승리호' 조성희', '공작'의 윤종빈,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을 발굴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단편영화제를 입봉의 창구로 쓰던 신인감독들의 기회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다.
'내 언니 전지현과 나'의 박윤진 감독은 "영화제들이 아니면 단편영화들이 보여질 곳이 없다. 영화제는 영화 상영이란 의미도 있지만 신인들에게 관계자, 프로그래머, 다른 감독들 등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 뜻 깊었다. 영화 제작사 분들이나 감독님들도 단편영화제를 보고 신인을 발굴한다. 미쟝센영화제가 없어진다고 하니 다른 영화제들도, 이 이슈에 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겠나"라며 "점차 많은 영화제들이 없어지는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극장,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영화제의 쓰임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이 대두됐다. 서울세계단편영화제 양태진 집행위원장은 "OTT가 강화되고 영상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확대된만큼 섹션과 심사기준 등 독립 영화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독립영화계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인 CGV아트하우스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지난해 10월 CGV 아트하우스 명동점과 대학로 씨네라이브러리 운영을 중단했으며 독립영화를 배급·상영했던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부에는 현재 직원이 1명만 남아있다. 다만 상상마당 영화사업부는 재정비 단계임을 강조하며 영화산업이 축소되는 위기에 해당공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